신세계아이앤씨(I&C)에 다니는 조아람(35)씨는 아들(5)과 딸(4)을 임신했을 때 줄곧 재택근무를 했다. 근무 시간도 2시간 줄었다. 덕분에 임신 기간 몸에 큰 무리 없이 회사 일을 할 수 있었다. 조씨는 출산 후 회사에 복귀한 이후에는 근무 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제도를 활용해 하루 7시간(주 35시간)만 근무하고 있다. 오후 4시에 퇴근해 두 자녀를 어린이집에서 데려올 수 있는 것이다. 조씨는 “둘째 아이를 연년생으로 갖게 되면서 첫째를 제대로 돌보지 못할까 걱정했는데 둘째 임신 때도 재택과 단축 근무를 하면서 아이를 돌볼 수 있었다”며 “회사 복직 후에도 유연 근무제로 아이와 단단한 애착을 형성하며 일할 수 있다는 게 다행”이라고 했다.
신세계그룹 IT 계열사인 신세계아이앤씨는 임신부터 출산·육아 등 생애 주기에 따라 직원들이 안심하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런 지원 시스템은 직원이 아이를 갖게 된 시점부터 가동된다. 모든 여성 직원은 임신 전(全) 기간 동안 임금 삭감 없이 하루 2시간 단축 근무를 할 수 있다. 근로기준법상 여성 근로자는 임신 12주 이내 또는 32주 이후에 회사에 단축 근무를 신청할 수 있지만 회사 차원에서 그런 제한을 두지 않은 것이다. 또 출퇴근이 힘든 임신부들을 배려해 임신 시점부터 출산 전까지 횟수 제한 없이 재택근무를 허용하고 있다. 통상 다른 기업에서는 임신한 직원이라도 일정 기간만 재택근무가 가능하거나 재택 횟수 제한을 두는 경우가 많다.
2024년에 아들을 출산한 사원 정서희(34)씨는 “임신 초기 입덧이 심해서 걷기만 해도 속이 울렁거려 출근이 힘들었는데 이후부터 재택근무를 하며 어려운 시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며 “다른 회사에 다니는 친구들도 ‘임신 전 기간 재택근무’를 가장 부러워한다”고 했다.
IT 분야 특성상 남자 직원이 많았던 신세계아이앤씨는 2010년대 중반 들어 여성 직원이 늘자 출산과 육아 관련 복지 제도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현재 여성 직원 비율은 30%대다. 특히 최근 IT 기업 간 고급 개발 인력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우수 인재들이 육아 부담으로 경력이 단절되지 않도록 지원하는 게 더 중요해졌다. 회사는 각종 육아·출산 지원 제도를 통해 가족 친화적 근무 환경을 정착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가족친화 우수기업’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회사는 출산 이후 육아와 업무를 병행해야 하는 직원들을 위해 개인 여건에 맞춰 근무 시간 등을 조정할 수 있는 유연 근무제도를 늘려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활용하면 1분 단위로 출퇴근 시간을 스스로 설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오전 8시 49분에 출근한 날은 오후 5시 49분에 퇴근하는 식이다. 개인 사정으로 일찍 퇴근할 경우 해당 월의 다른 날에 그만큼 더 근무하면 된다. 회사에 따르면 전체 직원의 91%(2024년 기준)가 이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프로젝트 등으로 주 52시간 이상 근무할 경우 초과 근무 시간만큼을 휴가로 적립해 나중에 몰아서 쉴 수 있는 ‘보상 휴가제’도 직원들에게 인기다.
이런 다양한 유연 근무 제도는 특히 ‘아빠 사원’들의 육아 참여를 이끄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사원 정창석(34)씨는 매일 경기 동탄 집에서 서울 역삼동 사무실까지 편도 1시간 넘는 거리를 출퇴근한다. 그런데 아침마다 아내 대신 두 살 딸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출근한다. 자유롭게 출근 시간을 정하는 ‘선택적 근로시간제’ 덕분에 눈치 보지 않고 다른 직원보다 늦게 사무실에 출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내가 임신 중 몸 상태가 나빠졌을 때 보상휴가제를 활용해 연차 사용 없이 아내를 병원에 데려다줄 수 있었다.
정씨는 최근 6개월간 육아 휴직을 다녀왔다. 그는 “휴직 기간에도 휴양비 지원과 호텔 숙박 혜택 등 사내 복지 제도를 이용할 수 있어서 큰 경제적 부담 없이 아이와 추억을 쌓을 수 있었다”며 “아이가 걷기 시작할 무렵 매일 걸음마 연습을 시키며 집 주변을 산책한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신세계아이앤씨는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그해 한 달간 휴직할 수 있는 ‘초등 자녀 입학 돌봄 휴직제’도 운영하고 있다. 회사에서 집이 먼 직원들을 위해 서울뿐 아니라 경기 일산, 분당 등 3곳에 푸르니보육지원재단과 직장 어린이집을 공동 운영하고 있다.
세 살 자녀를 일산의 직장 어린이집에 보내는 한 직원은 “아이가 집에서 가까운 어린이집을 다니니 덜 피곤해하고 회사에 출근하는 길도 부담스럽지 않다”며 “모든 준비물을 어린이집에서 마련해 준다는 점도 아침에 바쁜 맞벌이 부부에게 큰 장점”이라고 했다.
이진 신세계아이앤씨 인사 담당은 “뛰어난 인재를 유치하고 이들이 역량을 마음껏 펼치게 하는 힘은 결국 ‘일과 가정의 균형’에서 나온다”며 “좋은 복지 제도를 마련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도가 실제로 제대로 활용되는 조직 문화가 정착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