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 유치원 교사 유모(29)씨는 지난해 초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하루도 병가를 쓰지 못했다. 유치원 원장이 “타이레놀 먹고 마스크 쓰고 출근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제대로 쉬지 못해 체력이 약해진 유씨는 한 달 뒤 독감까지 걸렸는데도 정상 출근해야 했다. 유씨는 결국 과도한 근무 강도와 억압적인 분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올 초 국공립 어린이집 교사로 이직했다. 그는 “당시 아이들이 나 때문에 독감에 옮아 심하게 앓기도 했다”면서 “아이들이 위험해질 수도 있는데 법정 감염병에 걸린 교사를 출근시킨다는 게 도저히 이해가 안 됐다”고 말했다.
최근 경기 부천의 한 사립 유치원 교사가 독감을 앓으면서도 계속 업무를 하다가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사립 유치원 교사의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해당 교사는 B형 독감에 걸려 39.8도의 고열에 시달리면서도 발표회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준비 등으로 2주간 휴무 없이 출근하다 합병증으로 숨졌다. 경찰은 해당 유치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고, 관할 교육지원청도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전국 유치원 원생의 70%는 국공립이 아닌 사립 유치원에 다닌다. 그런데 이들을 가르치는 사립 유치원 교사들의 근무 여건은 열악하다. 사립 유치원 교사는 법적으로 국공립 교사와 같이 1년에 60일까지 병가를 쓸 수 있다. 하지만 인력 부족, 관리직 교사 눈치 등으로 사실상 이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 경기 용인의 한 사립 유치원 교사는 “뼈 종양 치료로 서울의 대학 병원에 가야 했지만 원장이 병가를 못 쓰게 해서 4시간짜리 외출로 갔다가 다시 출근했다”며 “사망한 부천 유치원 교사가 겪은 일은 대부분 교사들의 일상”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가 사립 유치원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한다. 교육공무원 신분인 국공립 유치원 교사와 달리, 사립 유치원 교사는 1년 단위로 계약하는 비정규직 신분이다. 유치원 측 눈 밖에 나면 재계약이 어렵기 때문에 부당한 지시에 맞서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다른 유치원으로 이직할 때 평판이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점도 문제다. 교육청은 사립학교법을 근거로 사립 유치원의 각종 부정 행위를 감사할 수 있지만, 원장의 갑질 등에 대한 징계는 직접 할 수 없고 유치원을 운영하는 재단에 권고할 수 있다. 재단이 교육청 권고를 따르지 않으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런 열악한 근무 환경 때문에 사립 유치원 교사의 근속 기간도 낮다. 유치원 정보 공시 사이트 유치원알리미에 따르면, 작년 10월 기준 전국 사립 유치원 교사 2만5954명 가운데 근속 1년 미만 교사가 29.2%에 달했다. 1년 이상~2년 미만은 17.9%였다. 한 사립 유치원 교사는 “교사 경력이 쌓이면 더 많은 월급을 줘야 하는 호봉제 구조라서 사립 유치원 중에는 의도적으로 연차가 높은 교사는 계약 해지하고, 신입 교사를 뽑아 인건비를 낮추는 경우도 있다”며 “이 때문에 사립 유치원 교사가 상대적으로 박봉을 받는 악순환이 생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