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일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교육감 선거를 두 달여 앞두고, 진보 진영에서 후보 단일화를 둘러싸고 각종 불협화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그동안 교육감 선거에서 단일화에 실패한 건 대체로 보수 진영이었는데, 이번 선거에선 진보 단일화가 유례없는 내홍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교육계에선 “대통령·여당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에서 진보 단일 후보가 되면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본선보다 단일화 경선이 더 치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7일 현재 교육감 선거가 열리는 16개 지역(광주·전남 통합시 출범으로 교육감도 통합 선출)에서 진보 단일 후보를 선출하지 못한 곳은 9곳이다.

그래픽=이진영

이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는 곳은 경기도다. 보수 진영에선 임태희 현 교육감이 재선 도전에 나설 것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진보 진영에서 유은혜 전 교육부 장관과 안민석 전 국회의원 등 거물급 정치인들이 출마해 치열한 단일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양측은 단일화 추진 기구인 ‘경기교육혁신연대’를 통해 여론조사 45%, 선거인단 투표 55% 합산 방식으로 단일 후보를 선출하기로 합의했지만, 세부 실행 방안을 놓고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유 후보 측은 6일 성명을 내고 전화 면접 조사와 ARS 방식을 혼용하기로 한 여론조사 방식에 대해 “서로 다른 방식을 결합하는 건 통계적으로 비과학적”이라며 결정 보류를 주장했다. 여론조사를 경기도민 전체가 아닌 진보·중도 정치 성향 유권자만 대상으로 하는 것에 대해서도 “졸속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안 후보 측은 유 후보 주장에 대해 “마치 시합 중간에 룰을 바꾸자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서울도 정근식 현 교육감을 포함한 진보 진영 예비 후보 6명이 지난달 말 단일화 일정에 합의하기 전까지 수차례 갈등을 겪었다. 정 교육감이 ‘새 학기 준비’ 등을 이유로 후보 등록 마감 시한을 넘겨 참여하자 나머지 후보들이 거세게 반발한 것이다. 반면 보수 진영은 6일 윤호상 한양대 겸임교수를 서울교육감 단일 후보로 확정했다. 조전혁 전 국회의원이 아직 출마를 고심하고 있어 변수가 될 순 있지만, 후보 간 잡음은 진보 진영이 더 큰 상황이다.

그동안 진보 진영은 서울 등 주요 지역에서 후보 단일화에 성공하며, 후보가 난립한 보수 진영을 꺾고 승리했다. 단일화 과정의 갈등도 대체로 보수 진영에서 빚어졌다. 그런데 이번 선거는 정반대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과거엔 단일화 기구의 결정에 승복하는 것이 진보의 불문율이었지만, 지금은 각 후보들이 ‘내가 민주·진보의 적통’임을 내세우며 단일화 합의 기구 자체의 중립성을 공격하고 있어 후보 선출에 난항을 겪는 지역이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수 진영은 후보 간 갈등으로 단일화가 늦어지는 지역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현직 교육감이 법적으로 가능한 ‘3선 연임’까지 마쳐 ‘무주공산’이 된 대전과 충남도 진보 진영 단일화가 삐걱대고 있다. 대전에서는 성광진 대전교육연구소장이 시민단체가 추진한 경선에서 단일 후보로 선출됐지만, 맹수석·정상신 예비후보가 절차적 불공정을 이유로 경선에 불참하며 독자 출마를 시사한 상태다. 충남도 이병도 충남민주혁신교육포럼 대표가 단일 후보로 추대됐지만, 다른 후보들이 경선 과정에 불만을 품고 불참했다. 두 지역 모두 단일화 논의에 진전이 없으면 진보 진영에서만 3~4명씩 후보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이 밖에 선거법 위반으로 교육감이 임기 도중 물러난 전북과 천창수 현 교육감이 불출마를 선언한 울산 등에서도 진보 후보들 간 단일화 협상이 교착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