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에 사는 김모(47)씨는 2년 전부터 노후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한 뒤부턴 퇴직 이후를 위해 따로 넣던 적금을 중단하고 학원비로 쓰고 있다. 김씨는 “국어·수학·영어 등 학원에만 매달 130만~140만원씩 나간다”며 “여기에다 생활비, 경조사비 등까지 쓰고 나면 남는 돈이 없으니 자동으로 빠져나가는 공무원 연금 이외엔 노후 준비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서울 지역 학부모 10명 중 5명은 김씨처럼 본인의 노후 준비를 희생하고 자녀의 사교육비를 우선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매년 초·중·고 사교육비 절감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학부모와 학생들의 사교육 열기는 꺾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최근 발표한 ‘2025년 서울 학부모 사교육 인식 설문’에 따르면, 유·초·중학교 학부모 1만606명 중 절반가량은 노후 준비와 상관없이 사교육비 지출을 현재와 같이 유지(34%)하거나 늘리겠다(15%)고 했다. 학부모의 약 절반(49%)이 본인의 노후가 위태로워져도 자녀 사교육비를 줄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내 사교육비는 갈수록 늘고 있다. 교육부가 발표한 ‘2025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교육을 받은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60만4000원에 달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7년 이후 최고액이다. 초등학교는 지난 2024년 50만4000원에서 지난해 51만2000원, 중학교는 같은 기간 62만8000원에서 63만2000원으로 늘었다. 고등학교 역시 77만2000원에서 79만3000원으로 늘어, 80만원에 육박했다.
지역별, 가구 소득별 사교육비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것도 문제다. 지난해 사교육을 받은 서울 지역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80만3000원이었지만, 중소 도시 지역은 58만7000원, 읍면 지역은 47만2000원으로 20만~30만원가량 차이가 났다. 소득 수준별로는 월평균 소득이 800만원 이상인 가구의 지난해 사교육 참여율은 84.9%였지만, 300만원 미만인 가구는 52.8%였다. 이런 차이는 영유아 사교육에서도 확인된다. 서울시교육청이 서울 지역 유·초·중학교 학부모 1만606명에게 자녀가 유아 대상 영어 학원에 다니거나 다닌 적이 있는지 물었더니 29%가 “그렇다”고 했다. 강남구와 서초구로만 좁혀 보면 비율이 각각 52.5%, 56%에 달했지만, 강북구(14.7%)와 중랑구(13.7%)는 10%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