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3년 충북 괴산 육군학생군사학교에서 열린 '2023년 학군장교(ROTC) 통합임관식'에서 소위로 임관한 학군장교들이 모자를 던지며 환호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한 사립대 중앙 광장. 새 학기를 맞아 동아리 등 학생 활동을 소개하는 천막이 세워졌다. 학군단(ROTC)도 부스를 차리고 모집 홍보에 나섰다. ‘ROTC, 그 자체가 스펙이다’라는 입간판 뒤로 장난감 총(비비탄) 사격 공간이 있었다. 육군 관계자는 “최근 후보생 모집난이 심하다 보니, 비비탄 체험이나 기념품·먹거리 등으로 관심을 끈 뒤에 입단 상담을 유도하는 학군단이 많다”고 했다. 사격 체험에 줄을 선 10여 명 가운데 절반은 입단 대상도 아닌 외국인 유학생이었고, 한국인 학생들은 대부분 사격 체험만 하고 다른 부스로 발걸음을 돌렸다. 인문대 1학년 김모(20)씨는 “대학 입학했을 때는 ‘장교 해볼까’ 생각도 있었지만 부모님과 선배와 이야기해보고는 마음을 접었다”며 “장교 복무 기간이 너무 긴 데다 병사 월급도 많으니 굳이 장교를 할 이유가 없더라”고 말했다.

31일 육군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108개 학군단의 올해(학군 64기) 임관자는 총 2182명이다. 작년(2450명)보다 10.9%(268명) 줄었다. 2021년(3035명)에 비해선 28.1%(853명)나 감소했다.

대부분 야전 소대장으로 배치되는 학군 장교(ROTC)는 군 전투력 유지의 핵심이다. 그런데 병사들의 복무 기간이 축소되면서 학군 장교의 인기가 급격하게 시들기 시작했다. 학군 장교 복무 기간은 28개월(2년 4개월)이고, 대학생 때 방학 기간 받아야 하는 기초 군사훈련 3개월은 별도다. 육군 병의 복무 기간은 훈련 포함 18개월이다. 병사들의 월급이 오른 것도 영향을 줬다. 현재 병장 월급은 150만원. 여기에 정부가 병사들의 목돈 마련을 위해 지원하는 적금(55만원)까지 더하면 205만원이다. 그런데 수당을 제외한 소위 1호봉 월급은 215만원으로 병사와 거의 차이가 없다.

학군단 임관자는 특히 서울 지역에서 급격하게 감소했다. 서울 24개 학군단에서 올해 292명이 임관했는데, 작년(394명)보다 25.9%(102명)가 줄었다. 전국 감소세의 2배를 훌쩍 넘은 것이다. 5년 전(649명)에 비하면 55%(357명) 급감했다. 임관자가 한 자릿수인 대학도 급증했다. 2022년만 해도 한 곳만 10명 미만이었는데 올해는 절반인 12곳이 10명 미만이다. 서강대·홍익대·성균관대가 각 3명, 경희대 4명, 서울과학기술대 5명, 한양대 6명이다.

한 육군 간부는 “학교별로 임관자 수를 비교하면서 적으면 질책하는 분위기가 심해서 대령, 중령 간부까지 나서 모집에 매달리지만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면서 “대학생들에게 ‘왜 학군단을 안 하느냐’고 물어보면 가장 많은 답변이 ‘복무 기간이 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후보생 시절 훈련을 보강하고, 졸업 후 4개월을 단축해 2년만 근무하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기원 대경대 군사학과장은 “초급 장교가 병사의 부모 민원 응대 같은 업무가 아니라 통신·물류 등 사회에서 쓸모 있는 분야의 일을 하고, 특히 단순 업무보단 관리자 경험을 쌓고 전역하도록 해야 한다”며 “군 경험이 취업에 도움이 돼야 젊은 학생들이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