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대전의 느리울초등학교에사 한 어린이가 짝꿍에게‘칭찬스티커’를 주자 다른 친구들이 엄지손가락을 들어 축하해 주고 있다. /대전 느리울초등학교

“칭찬 스티커판을 교실 앞 칠판에 부착해도 될까요? 개인 사물함에 보관하도록 하는 게 나을까요?”

새 학년이 막 시작된 지난 8일 초등학교 교사 커뮤니티 인디스쿨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오랜만에 담임을 맡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라며 “예전엔 누가 몇 개 받았는지 한눈에 알 수 있게 해 동기 부여를 시키곤 했는데, 지금은 서로 비교되면 안 되니 개인적으로 보관하게 해야 하나 싶다”고 했다. ‘칭찬 스티커판’은 아이들이 뭔가 잘할 때마다 ‘스티커’를 붙여주는 판이다. 그러자 댓글엔 “이런 현실이 씁쓸하지만, 괜한 분란 생길까 봐 안 한다” “문제 될까 봐 단체 보상만 한다” 등 칭찬 스티커를 주는 것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댓글이 여러 개 달렸다. 한 초등 교사는 “‘우리 애가 스티커를 적게 받아서 슬퍼한다’ ‘왜 그런 걸 줘서 애들 경쟁시키느냐’는 학부모들 민원이 많아져서 교사들도 꺼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칭찬 스티커’뿐이 아니다. 초등학교에서 학생끼리 경쟁하는 요소가 포함된 다양한 제도가 사라지고 있다. ‘교내 상장’이 대표적이다. 서울 지역 초등학교 10곳 중 6곳은 교내 상 자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수지 서울시의원(국민의힘)이 서울교육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605곳 초등학교에 교내 상장을 개별적으로 주는지 공개적으로 주는지 물었더니 357곳(59%)은 “해당 사항이 없다”고 했다. 105곳(17.4%)은 상 받는 학생만 따로 불러 개별적으로 줬다. 다른 학생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상을 주는 초등학교는 88곳(14.5%)뿐이었다. 개별·공개 수여를 병행하는 초등학교는 55곳이었다.

지난 2023년 5월 1일 대구 매동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운동회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달리기를 하고 있다. /뉴스1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에서 대회를 열면 상을 못 받는 아이가 나올 수밖에 없고 그러면 좌절감과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면서 “대회를 열지 않더라도 수업에서 여러 활동으로 아이들의 동기를 북돋아줄 수 있기 때문에 교내 대회와 상장을 많이 없앴고, 주더라도 (남들이 안 보는 곳에서) 따로 주는 것”이라고 했다.

마찬가지로 운동회에서 ‘청군’ ‘백군’으로 팀을 나눠 겨루는 모습도 보기 힘든 풍경이 되고 있다. 채 의원이 서울교육청에서 받은 ‘초교 운동회 운영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 서울 지역 초등학교 605곳 중 218곳(36%)은 운동회를 ‘놀이 체험형’으로 진행했고, 106곳(17.5%)은 아예 운동회를 열지 않았다. 팀을 나눠 경기를 하고 점수를 매기는 ‘점수 산출형’ 운동회를 운영한 학교는 245곳(40.5%)에 그쳤다.

서울 성북구 초등교사 A씨는 “패배한 아이들이 굉장히 속상해하고 어떤 학생은 교무실에 찾아와 ‘결과를 납득할 수 없다’고 따지기도 한다”면서 “학교와 운동회 진행 대행 업체는 체험식으로 하거나 점수를 매기더라도 최대한 무승부 아니면 적은 점수 차이로 마무리 짓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런 변화에 대해 교육계에선 우려가 크다. 아이들이 선의의 경쟁을 통해 성장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서울 지역 초등학교 B 교장은 “어느 순간부터 경쟁을 무조건 나쁜 것으로 보고 금기시하는데, 바꿔야 할 건 ‘과도한 경쟁’이지, 경쟁 그 자체가 아니다”라며 “겉으론 아이들이 상처를 받는다는 이유를 들지만, 학교들 스스로 민원이나 논란을 피하기 위해 더 중요한 걸 외면하는 것”이라고 했다.

교육계에선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걸 배울 뿐 아니라, 결국 지더라도 결과를 인정하고 다음에 잘하겠다고 다짐하는 것 자체가 훌륭한 교육 과정이라고 지적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는 “아이들이 졸업 후 사회에 나오면 엄청난 경쟁 속에 살게 되는데 학교에서 경쟁을 없애는 건 아이들에게 미래에 꼭 필요한 힘을 키워주지 못하는 것”이라며 “AI가 지식 전달은 더 잘하는 상황에서 학교는 아이들에게 실패를 극복하고 갈등을 조율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