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산업과 사회 전반을 재편하면서 대학 교육도 거대한 전환점에 섰다. AI는 특정 전공의 전유물이 아닌 모든 학문의 ‘공통 언어’이자 대학 운영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국내 주요 대학들은 교육 과정과 연구 체계, 행정 시스템 전반을 AI 중심으로 재설계하는 ‘AX(인공지능 전환) 캠퍼스’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학들은 전공의 경계를 허물고 학생 개개인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AI 전환에 나서고 있다. 지식 전달은 AI를 활용한 ‘초개인화 맞춤형 학습’으로 대체하고 있고, 기업과 밀착해 실무 인재를 길러내는 산학 연계 사업이 대학의 새로운 표준이 됐다. 나아가 지능형 캠퍼스 구축 등 첨단 기술을 통해 교수와 학생이 상호작용하는 방식까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AI 시대 새로운 교육 표준을 세우고 있는 국내 주요 대학들의 혁신 사례를 소개한다.
가천대는 전교생 AI 교육을 의무화하고 관련 강좌를 전년 대비 133% 확대하는 등 교육 구조를 재설계했다. ‘AI 전문 교수’ 60명을 양성해 전공별 맞춤형 수업을 운영하며, 단순 코딩 능력이 아닌 ‘AI 활용 문제 해결력’ 중심의 평가 시스템으로 전환했다. 네이버클라우드 등 40여 기업과 협력해 현장 밀착형 인재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건국대는 인간·동물·환경을 잇는 ‘원헬스’ 개념에 AI를 접목한 ‘KU AI 원헬스’ 전략을 추진한다. AI 튜터링 시스템 ‘닥터 KU’를 통해 학생별 학습 데이터를 분석하는 초개인화 교육 모델을 구현했다. 응급실에서 뇌출혈 의심 환자의 진단을 보조하는 AI 기반 정밀 의료 체계도 고도화했다. AI 시스템을 기반으로 농업부터 우주 환경까지 첨단 분야를 아우르는 통합 연구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경희대는 최근 정부의 ‘첨단 산업 인재 양성 부트캠프’ 사업에 선정돼 5년간 71억여 원을 지원받아 기업 밀착형 AI 실무 인재를 양성한다. 3월에 개소한 판교VI캠퍼스 등을 거점으로 한 산학연 협력 모델을 통해 연간 2000명의 AI 융합 인재 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 구성원이 사용할 수 있는 생성형 AI 플랫폼 ‘ChatKHU’를 도입하고 전용 클라우드를 구축해 연구 데이터 보안과 행정 효율성을 강화했다.
광운대는 로봇과 반도체 분야에서 각각 특성화 대학 지원 사업에 잇따라 선정되며 AI·로봇 융합 교육과 시스템 반도체 설계 인력 양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두 사업에서 총 150억원 이상의 국고를 지원받는다. 인문사회 융합 인재 양성 사업(HUSS)에도 2년 연속 선정되어 ‘인간과 디지털 경제의 공존을 연구하는 학문적 토대를 강화했다.
단국대는 모든 전공생이 AI 역량을 갖추는 ‘AI·X 캠퍼스’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교수의 지식과 강의 경험을 기반으로 구현한 ‘AI 페르소나’ 교수 모델을 도입해 신입생의 진로 탐색을 돕는다. 연구 부문에서는 ‘AI융합연구원’을 설립해 자율 주행·에너지·보안 등 특성화 분야의 AI 원천 기술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서경대는 학교 구성원의 AI 역량 강화를 위해 대학 본부 산하에 ‘AI교육혁신센터’를 신설했다. 전교생을 대상으로 ‘보편적 AI 리터러시’와 윤리 교육을 도입하고, 인문·예술 등 비전공자도 실무에 AI를 적용할 수 있도록 전공별 맞춤형 커리큘럼을 개발했다. 소프트웨어 전공은 머신러닝과 실무 프로젝트 중심으로 개편해 산업 현장 대응력을 높였다.
서울과학기술대는 AI를 대학의 ‘공통 언어’로 정의하고 전교생 대상의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구축했다. 지난해 신입생 전원에게 실습 중심의 AI 교양 과목을 필수화했고, 공학·디자인·경영 등 전공 특성에 맞춘 ‘전공 연계형 AI 교육’을 도입했다. 연구 분야에서도 수퍼컴퓨터센터를 기반으로 첨단 산업의 융합 연구와 고급 인재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성균관대는 대학 내 방대한 데이터를 통합 분석하고 학생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학습 경로를 제시하는 초개인화 교육을 구현하고 있다. 서울 캠퍼스의 ‘혁신성장구역’ 지정과 수원 캠퍼스의 첨단 연구 시설인 E센터·CNS센터 준공을 통해 미래형 연구 공간을 확충했다. 종신석좌교수제 도입 등 파격적인 예우로 세계적 석학을 확보하며 글로벌 연구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세종대는 디지털 기술과 아날로그적 가치를 결합한 ‘디지로그 AI 플러스(DigiLog AI +)’ 전략을 통해 대학 전반의 인공지능 전환(AX)을 추진하고 있다. 입학 정원 1008명 규모의 국내 최대 ‘인공지능융합대학’을 출범했다. AI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운영 중인 ‘AI 마이크로디그리’는 2028년부터 전교생 졸업 필수 요건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이런 혁신을 앞세워 ‘US 뉴스&월드 리포트’ 세계 대학 평가에서 2년 연속 국내 3위에 올랐다.
수원대는 ‘EDISON 전공설계지원센터’를 통해 학생 개개인의 성향을 분석하고 1:1 맞춤형 전공 탐색과 학업 설계를 지원하고 있다. 취업 지원처인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를 중심으로 고용 지원 시스템을 구축했다. 구글 애널리틱스 등 실무 자격 과정을 활성화하는 등의 노력으로 고용노동부 사업 성과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우수’를 획득했다.
숭실대는 국내 최초의 AI 특화 단과대학과 전문대학원을 동시 운영하며 학부와 산업 현장을 잇는 인재 양성 체계를 완성했다. 교육·연구 전반을 총괄하는 ‘AI위원회’를 신설하고 95개로 확대한 ‘마이크로디그리’ 과정을 통해 전교생의 AI 융합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LG유플러스, 현대차그룹 등과 채용 연계형 학과를 운영해 보안 및 산업안전 분야의 실무 인재를 배출하고 있다.
연세대는 지난해 현대차그룹의 지원으로 ‘AI혁신연구원’을 출범했다. 7만명 규모의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의료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단순 기술 개발을 넘어 사회적 가치와 인간 중심 철학을 구현하는 플랫폼형 연구 체계가 핵심이다. 삼성전자·LG 등 산업계와 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42개 연구 과제를 수행하며 연구 성과의 산업 적용 가능성도 확대하고 있다.
한국외대는 네이버클라우드, LG CNS 등 테크 기업과 협력해 AI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 캠퍼스를 구축하고, 국내 최고 수준의 경쟁률을 기록한 ‘Language & AI 융합학부’를 비롯해 인문과 기술이 만나는 독창적인 AI 융합대학 체제를 완성했다. 학생이 직접 전공명과 커리큘럼을 설계하는 학습자설계융합전공과 마이크로디그리를 통해 산업 변화에 유연한 실무 인재를 양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