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은 더 이상 미래 기술이 아닌, 우리 일상에 깊숙이 들어온 현실이다. 인류는 이제 ‘얼마나 빠르게 AI를 개발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인간과 공존하며 AI를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기술 발전의 속도가 인간과 사회의 수용 능력을 앞지른 시대에서 AI의 방향성을 재정립하려는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연세대는 2025년 ‘AI혁신연구원’을 출범해, 인간과 사회를 아우르는 새로운 연구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연세대 AI혁신연구원의 비전은 ‘AI와 인간, 그리고 사회를 연결하는 융합 연구의 허브’다.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 현대자동차그룹의 지원으로 설립됐다. 이 연구원은 단일 기관 기준 국내 최대 규모의 AI 연구 플랫폼을 지향하며, 단순 기술 개발을 넘어 사회적 가치와 인간 중심 철학을 구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있다. 특히 AI를 ‘효율성의 도구’가 아닌 ‘사회적 시스템’으로 바라보는 관점에서 기술·인문·사회·의료·교육을 통합하는 연구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6개 센터로 구축한 AI 생태계
연구원의 가장 큰 특징은 학문 간 경계를 허문 ‘융합 구조’다. AI 기술을 중심으로 의료, 교육, 거버넌스·안보, 미래 혁신, 휴머니티 등 6개 전문 연구센터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운영된다. 이를 통해 공학 중심의 기존 AI 연구를 넘어, 사회 문제 해결과 정책, 윤리까지 포괄하는 통합적 접근이 가능해졌다.
이런 융합 생태계의 핵심에는 연구 인프라와 데이터 플랫폼이 자리한다. 약 7만명 규모의 종단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의료 빅데이터 플랫폼은 비의료 기관에서도 안전한 데이터 활용을 가능하게 하며, 다양한 분야 연구자 간 협업을 촉진하고 있다. 여기에 고성능 연산 인프라를 구축해 연구자들에게 개방함으로써, 데이터·모델 공동 활용이 가능한 ‘플랫폼형 연구 체계’를 구현하고 있다.
출범 이후 연구원은 빠른 속도로 성과를 축적하고 있다. 현재까지 42개 연구 과제를 추진하고 있으며, AI 기반 의료 진단 보조, 학습 분석 시스템, AI 정책 및 윤리 프레임워크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가 진행 중이다. 30회 이상의 학술 대회와 세미나를 개최하며 학문적 교류를 활성화했고, 삼성전자·LG 등 산업계와 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연구 성과의 산업 적용 가능성도 확대하고 있다. 또한 10건 이상의 국내외 기관과 협약을 체결하며 산학연 협력 기반을 공고히 하고 있다.
◇‘공존형 AI’ 실현
연구 성과는 교육과 의료 현장에서 눈에 띄게 드러난다. AI에듀테크센터가 개발한 ‘스마트 스터디 엣지AI(S2 Edge AI)’는 학생들의 토론 과정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사고력과 참여도를 평가하는 시스템이다. 온프레미스 엣지 컴퓨팅 기술을 적용해 민감한 데이터를 외부로 유출하지 않으면서 정교한 분석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 기술은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서울시교육청과 협력해 초·중·고 교육 현장에 적용되며 ‘확장된 교실’ 모델로 발전하고 있다.
의료 분야에서도 성과가 이어진다. 세브란스병원의 임상 데이터와 AI를 결합한 연구를 통해 정밀 의료 기술을 고도화하고, 생체 신호 기반 환자 모니터링 같은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이 실제 의료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연구원은 향후 인간 중심 AI 연구 지원을 확대하는 동시에 글로벌 연구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국제 공동 연구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GPU 인프라 확충과 함께 국제 학술 대회 및 포럼을 지속적으로 개최해 세계 연구자들이 협력하는 개방형 연구 생태계를 구축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윤동섭 연세대 총장은 “AI는 인간과 사회의 미래를 설계하는 핵심 요소”라며 “융합 연구를 통해 지속 가능한 AI 생태계를 구축해 AI 시대를 선도하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