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글로벌 대학 평가 기관 QS(Quacquarelli Symonds)가 실시한 ‘2026 세계 대학 평가 전공별 순위’에서 지역 거점 국립대 9곳 가운데 세계 100위 안에 들어간 전공이 단 한 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는 올해 51개 전공이 세계 100위 안에 진입했다. 정부가 2030년까지 지역 거점 국립대들의 연구·교육 역량을 서울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단기간에 따라잡기엔 격차가 너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QS는 25일 전 세계 100여 국가 1900여 대학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공학·생명과학·자연과학·사회과학 등 5개 분야의 55개 세부 전공별 순위를 공개했다. 한국의 지역 거점 국립대 9곳 가운데 세계 100위 안에 들어간 분야는 경북대의 ‘석유 공학’(51~100위)이 유일했다. 200위로 범위를 넓혀도 전북대 ‘석유공학’(101~150위), 경북대 ‘농학 및 임학’(151~200위), 부산대 ‘고고학’(151~200위), 충북대 ‘석유공학’(151~175위)뿐이다. 나머지 대학은 200위 안에 든 분야가 없다.
서울대는 ‘사회정책 및 행정학’(11위) ‘화학공학’(13위) ‘현대언어학’(14위) ‘재료과학’(20위) ‘기계·항공·제조공학’(24위) 등 51개 분야가 100위 안에 들어갔다. QS는 ①학계 평판 ②졸업생 평판 ③논문 피(被)인용 수 ④H지수(논문 생산성·영향력)를 조사해 전공별 순위를 매긴다. 평판과 논문의 양·질 측면에서 한국 지역 국립대들은 국제 학계에서 존재감이 크게 떨어지는 것이다.
한국연구재단이 지난달 발간한 ‘대학연구활동실태조사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중앙정부가 서울대에 투입한 연구비는 약 5307억원이다. 경북대(2013억원), 부산대(1723억원), 전남대(1614억원) 등 지역 국립대들에 비해 두 배가 넘는다. 이 때문에 지역 국립대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고, 정부는 2030년까지 지역 국립대에 4조원을 쏟아부어 서울대 수준으로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예산 지원만으로는 국립대 성과가 높아지기 힘들 것이란 의견이 많다. 국립대는 지금도 정부로부터 운영비와 연구비를 받고, 각종 지자체 지원금까지 챙기며 사립대보다 많은 지원을 받고 있다. 예컨대, 2024년 경희대에 투입된 정부 연구비는 1292억원으로 경북대에 비하면 절반 수준에 가깝다. 그러나 이 대학은 대표 학과들이 꾸준히 성과를 내면서 ‘호텔관광경영학’ 등 3개 분야가 세계 100위 안에 들었다. 정부 연구비 3209억원을 받은 한양대는 건축공학, 토목·구조공학, 재료과학, 화학공학 등 10개 분야가 세계 100위 안에 들며 그에 걸맞은 성과를 내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각 국립대 특성을 분석해 ‘강점 분야 집중 육성’과 같은 명확한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왔다. 일본 대학들이 과거에 비해 전반적으로 순위가 떨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지역 국립대들은 ‘강점 분야’에서만큼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도호쿠대는 ‘재료과학’(62위) 등 7개, 오사카대는 ‘물리·천문학’(54위) 등 6개, 홋카이도대는 ‘화학’(87위) 등 3개 분야가 100위 안에 들었다. 교토대는 46개 분야가 100위 안에 들었다. 일본 정부가 매년 대학들이 낸 성과를 지표별로 상대평가하며 예산 규모를 결정하는 등 엄격한 평가 시스템을 운영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배영찬 한양대 공대 명예교수는 “한국 국립대들은 사립대에 비해 안정적으로 훨씬 많은 정부 지원을 받으며 뚜렷한 목표 의식이나 발전 동기가 사라져서 경쟁력을 잃고 있다고 본다”며 “각 지역 국립대의 강점이 무엇이고, 어떤 분야를 서울대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인지 뚜렷한 목표가 없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