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가 최근 적자로 운영되던 부속 기관 3곳(출판문화원·안암학사·미래교육원)을 흑자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3년간 수익 사업 매출액은 37% 끌어올렸고, 기부금 약정액은 국내 대학 최대 규모인 3200억원을 기록했다. 이렇게 확보한 재정으로 첨단 분야 연구 투자를 늘렸고, 전임 교원 397명을 신규 영입했다. 많은 한국 대학이 인구 감소 등에 따른 ‘재정난’과 국내외로 인재가 유출되는 현상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에서 고려대는 해당 지표들이 크게 나아진 것이다. 이 때문에 고려대의 해법을 벤치마킹하려는 대학들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모두 2023년 3월 김동원 총장 취임 이후 이뤄진 일이다. 지난 6일 김 총장을 만나 그 비결을 들었다. 다음은 김 총장과의 일문일답.
-어떻게 적자 기관들을 흑자로 전환했나.
“취임 후 모든 단과대, 부속 기관들의 사업 예산을 처음부터 다시 책정하는 ‘제로(0) 베이스’ 제도를 도입했다. 과거엔 기존 사업은 그대로 두고 새 사업을 추가하는 방식이었는데, 예산 낭비가 심각했다. ‘올해 경기가 좋으니 예산을 10% 올리자’는 식으로 책정했던 것이다. 그래선 안 되고, 모든 사업에 대해 ‘이게 정말 필요한 예산인가’를 하나씩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부 반발이 심했을 텐데.
“매주 단과대별로 교수와 교직원을 만나 설득했다. 연령대로 나눠 별도로 만나기도 했다. ‘많은 지방대가 위기를 겪고 있는데 미래 우리 모습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차츰 재정 여건이 좋아지고, 봉급도 올라가니 만족하더라. 그 결과 4년 연속 교직원 임금을 올릴 수 있었다.”
-기부금을 3200억원이나 모집했다.
“다른 사립대와 마찬가지로 등록금이 지난 16년간 동결되면서 어려움이 많았다. 창의적 연구를 하고, 인재 유치를 하려면 기부금밖에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 미국 한 대학 총장을 만났는데 ‘하루 중 기부금 모금에 얼마를 쓰느냐’고 묻길래 ‘3분의 1쯤 쓴다’고 했더니 자신은 ’60~70%를 쓴다’고 하더라. 그 얘기를 듣고 나서 업무 시간 절반 이상을 모금에 전념했다.”
-수익 사업 실적도 좋아졌다.
“기존 학교 시설을 활용한 사업 모델을 적극 발굴한 덕분이다. 입학식 등 학교 행사만 열렸던 화정체육관의 경우 외부에 개방해 아이돌 그룹이나 해외 가수 공연과 팬미팅 행사를 적극 유치하고 있다.”
-전임 교수를 397명이나 유치한 비결은.
“이 중 자연·과학 183명, 의학 115명 등 이공계 분야가 75%다. 과학 분야에 집중 투자했다. 교수들에게 고액 연봉을 주긴 어렵지만, 연구 인프라만큼은 아낌없이 지원해주겠다고 약속했다. 개발도상국의 유망 학자들을 아우르는 글로벌 연구 네트워크인 ‘K-클럽’도 만들었다. 고려대 교수들이 그들과 공동 연구를 하면서 뛰어난 성과를 올리는 인재들을 ‘입도선매’하기 위해서다."
-글로벌 석학 30인을 유치하는 ‘크림슨 프로젝트’를 가동했는데, 성과가 있나.
“2025년 노벨상 화학상 수상자인 오마르 야기 미 버클리대 교수와 기타가와 스스무 일본 교토대 교수를 석좌교수로 영입했다. 이들은 화상으로 고려대 연구진, 학생과 소통하며 에너지·환경·바이오 분야에서 함께 연구할 것이다. 조만간 고려대를 방문해 학생 대상 특강도 하고, 연구진도 만날 것이다."
-갈수록 글로벌 연구가 중요해지는데, 한국은 홍콩·싱가포르 대학에 비해 외국인 교수 비율이 너무 적다.
“영어 소통이 어려워 한국에 온 외국인 교수들이 연구비를 신청하거나 공동 연구 프로젝트를 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2024년 교내 인트라넷 모든 공식 문서와 이메일에 국·영문을 함께 표기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외국인 교수들의 만족도가 높다. 이런 글로벌화 노력은 교수뿐 아니라 늘어나는 외국인 학생들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현재 고려대 재학생 5만5000명 중 외국인이 1만1000명(20%)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