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텍사스주 공립 라우즈 고등학교 9학년(한국 고1) 셀레스트양은 지난 학기 300쪽이 넘는 장편소설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어’(원제 Eleanor & Park)를 한 달 동안 읽었다. 책을 끝까지 읽지 않으면 90분간 진행되는 학교 심층 토론 수업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후 수업에선 단편소설도 3편을 읽고 소설의 주제와 등장인물의 특징 등에 대해 토론했다. 그는 “작품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면서 사고 범위가 크게 확장되는 경험을 했다”고 했다.

미국 학생들은 초·중·고 때 대체로 학기마다 많게는 10여 권의 책을 읽고 이를 토대로 수업에서 토론을 하거나 에세이를 쓴다. 그리스 고전부터 미국 현대 문학까지 다양한 장르를 읽는다. 입시 위주 한국 교육과 달리 학생 개인의 사고력과 문해력을 기르는 데 교육의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인 SAT는 수능처럼 객관식 중심이지만 대입 전형에서 사실상 참고 지표에 가깝다. 학교 내신 시험도 서술형 비중이 높아 책의 내용을 외우는 것보다 자신만의 논리를 세워 글로 표현하는 능력을 중점적으로 평가한다.

이 때문에 대학 입시를 앞둔 수험생도 독서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미 뉴저지주 공립 고등학교의 케이티(12학년)양은 지난 학기 셰익스피어의 희곡 ‘햄릿’을 비롯해 소설, 에세이, 시 등 문학 작품을 읽었다. 이전에도 그리스 비극 등 문학 작품 5편을 완독했다. 케이티는 “이번 학기 문학 시험에 지난 2년간 읽은 작품에 대한 서술형 문제가 나오기 때문에 책을 꼭 읽어야 한다”고 했다.

학생들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수준별 독서’를 한다. 미국 대다수 초등학교에는 교실마다 책 바구니가 있고, 바구니별로 수준이 다른 책들이 담겨 있다. 학생들은 본인 수준에 맞는 책을 골라 읽고 교사와 읽은 책에 대해 묻고 답하는 테스트를 한다. 일정 점수를 받으면 높은 등급의 책으로 넘어간다. 이런 과정으로 책에 대한 흥미를 갖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뉴저지주 초등학교 4학년 에이미 양은 지난 학기 영어 수업 시간에 200쪽이 넘는 소설 ‘트럼펫을 부는 백조’를 읽었고, 이번 학기엔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을 읽는다. 집에서도 매일 1시간 가까이 독서를 한다. 매주 읽은 책에서 모르는 단어를 찾아 문맥 속 의미를 추측해 적는 숙제도 한다.

글쓰기 교육도 강도 높다. 미국 중·고교들은 여러 수업에서 책을 읽고 에세이를 쓰게 한다. 미국 근무 시절 두 아들을 현지 초·중·고에 보낸 한 대학 교수는 “중학교부터 아이들이 에세이를 본격적으로 썼는데, 처음엔 논문처럼 글의 논리 구조를 세우는 훈련을 집중적으로 했다”며 “3개월간 A4용지 15장을 써야 해서 아이들이 어려워했지만, 자신만의 논리를 세우고 증명하는 값진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