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유아들이 숏폼 등 디지털 콘텐츠에 자주 노출되면서 종이책을 읽는 기회가 줄고 있습니다. 아이를 스스로 ‘딥리딩(깊이 읽기)’을 할 수 있는 어른으로 키우려면 지금 부모의 역할이 가장 중요합니다.”
언어학자인 나오미 배런 미 아메리칸대 명예교수는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배런 교수는 읽기와 학습 분야의 권위자다. 국내엔 디지털 시대의 독서를 다룬 ‘다시, 어떻게 읽을 것인가’, AI 등장 이후 글쓰기에 관한 ‘쓰기의 미래’ 저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언어 능력이 막 성장하기 시작하는 영유아 시기에는 부모 등 주변 사람과 함께 독서하는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런 경험이 쌓여야 아이들이 책과 가까워질 수 있다”고 했다. 다음은 배런 교수와 일문일답.
-영유아 시기 독서는 왜 중요한가.
“미취학 아동 중 (책보다) 디지털 기기 사용이 많은 아이일수록 뇌 신경세포가 모여 있는 대뇌 피질이 적고, 뇌 주름의 깊이가 얕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런 뇌 발달은 아이가 커서 올바른 독서 습관·기술을 갖추는 데도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청소년기 이전에 책을 자주 읽는 아이는 뇌세포 간 연결성도 높다.”
-숏폼 등 아이의 독서를 방해하는 유혹이 많다.
“영유아일수록 부모 역할이 절대적이다. 가장 중요한 독서 교육 원칙은 단순한 내용 전달이 아니라 부모와 상호작용이다. 부모가 옆에서 종이책을 함께 읽으면 아이와 눈을 맞추며 이야기를 확장해 나가는 ‘대화형 독서’를 할 수 있다. 어린 자녀에게 읽기 습관을 길러주는 데 있어 이런 ‘인간적인 연결’이 가장 중요하다.”
-태블릿PC 등 디지털 기기로 책을 읽어줘도 괜찮을까.
“디지털 책은 화려한 시각 장치와 효과음 때문에 아이의 주의력을 분산시킨다. 부모 스스로 종이 매체로 글을 읽는 모습을 아이에게 자주 보여주는 것이 가장 효과가 강력한 교육이다.”
-최근 생성형 AI(인공지능)를 사용하는 아이들이 늘었다.
“언어학자로서 가장 큰 우려는 아이들이 무언가를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그 역할을 AI에 맡길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많은 연구에서 AI에 에세이 작성을 맡기면 자신이 고민해서 쓴 결과물이 아니기 때문에 글의 내용에 대한 기억력도 더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들이 AI를 보조 도구로 사용하는 것과 글쓰기를 통째로 맡겨 ‘대필 작가’로 사용하는 것을 구분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스마트폰 과몰입은 어떤 점에서 나쁜가.
“최근 성인을 대상으로 한 스마트폰과 인지 능력에 관한 여러 연구에서 시험 준비를 할 때 휴대폰이 근처에 있기만 해도 성적이 낮게 나오는 등 학업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을 가방이나 주머니에 넣어 눈에 띄지 않게 하더라도 물리적으로 가까이 있는 상태에서 공부한 경우에도 성적이 떨어졌다. 이 연구가 독서 자체에 관한 것은 아니지만 스마트폰의 존재가 책을 읽을 때 우리의 집중력을 얼마나 분산시킬 수 있는지를 상기시켜 준다.”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을 고민하는 한국 부모들에게 조언한다면.
“많은 소아과 의사와 언어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앱(App)에 의존하지 말고 자녀를 무릎(Lap·랩)에 앉히고 종이책을 같이 읽으라’고 주문한다. 부모가 자녀와 모든 읽기 경험을 디지털 기기로 대체한다면 아이들은 종이책을 함께 보는 행위가 가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