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 충북 청주시 청원구의 한 공터에서 중학교 1학년 학생 두 명이 주먹다짐을 하는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퍼졌다. 영상 속 두 학생이 서로 잘 때리지 못하자 다른 학생이 욕설과 함께 조롱하는 모습이 담겼다. 동급생들이 따돌림을 당하는 두 학생을 불러 싸움을 붙이고 이 모습을 찍어 온라인에 퍼뜨린 것이다. 경찰은 최근 가해 학생 4명을 폭행 등 혐의로 청주지법 소년부에 송치했다.
교육부가 17일 발표한 ‘2025년 2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폭 피해를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초·중·고 학생이 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폭 실태조사는 2013년부터 상·하반기 1·2차로 나눠 실시하고 있다. 2차를 기준으로 학폭 피해 응답률은 2021년(1%), 2022년(1.6%), 2023년(1.7%), 2024년(2.1%) 등 증가하다가, 이번에 처음 3%에 달했다.
최근 들어 학생들 사이에서 학폭이 일종의 놀이처럼 인식되고, 소셜미디어에서 유행하는 ‘학폭 콘텐츠’를 모방하는 경우가 늘어난 탓으로 분석된다. 예컨대, 학생마다 등급을 매겨 낮은 등급을 따돌림하는 내용의 드라마가 재작년에 방영됐는데, 이를 본 딴 ‘왕따 게임’ 방식이 지난해 소셜미디어 등에 퍼졌다. 이후 여러 학교에서 이를 따라한 학폭이 발생해 시도교육청들이 긴급 실태 파악에 나서기도 했다. 이번 실태조사에서도 ‘학폭 발생 원인’에 대해 ‘장난이나 특별한 이유 없이’(24.6%)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조사 결과 초등학생의 피해 응답률이 5.1%로 가장 높았다. 이 역시 2024년 2차 조사(3.8%)보다 늘어 역대 최고치다. 중학생은 2.4%, 고등학생은 1%로 나타났다. 피해 유형별(복수 응답)로 보면 언어폭력이 40.3%로 가장 많았다. 이어 집단따돌림(15.3%), 신체폭력(13.9%), 사이버폭력(6.8%), 스토킹(5.6%), 성폭력(5.1%) 순이었다.
사회적으로 학폭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학폭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진 것도 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학폭 사건을 다루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심의 건수는 2022학년도 2만1565건에서 2024학년도 2만7835건으로 늘었는데, 같은 기간 ‘학폭 아님’으로 결론이 난 건수도 2913건(13.5%)에서 5246건(18.8%)으로 늘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소한 말다툼 등도 일단 학폭으로 신고하는 경향이 생기며 교육 현장에서 부작용을 호소하는 일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라며 “올해부터 초1·2를 대상으로 경미한 학폭에 대해선 학폭 심의 전에 전문가가 조율하는 ‘관계회복 숙려제도’를 도입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