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공학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한국공학한림원 시상식에서 한양대 교수진이 주요 상을 휩쓸었다. 단순한 수상 이상의 의미가 있다. 반도체, 뇌공학, 첨단 소재. 한국 산업을 떠받치는 세 축이 한자리에서 동시에 호명됐기 때문이다.

한양대는 지난 10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2026 한국공학한림원 시상식’에서 권오경 석좌교수(융합전자공학부)가 대상, 임창환 교수(바이오메디컬공학과)가 해동상, 안진호 교수(신소재공학부·연구부총장)가 동진상을 각각 받았다고 밝혔다.

공학한림원 대상은 매년 단 한 명에게만 준다. 기술·연구·교육·산업 전반에 걸친 평생 업적을 평가해 선정하며 상금은 4억원에 이른다. 까다로운 4단계 심사를 거치는 이 상은 ‘공학계 노벨상’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한양대 교수진, '한국공학한림원' 대상·해동상·동진상 석권. (왼쪽부터)권오경, 임창환, 안진호 교수. /한양대

올해 대상은 권오경(71) 교수에게 돌아갔다. 권 교수는 한양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의 업적은 다소 건조한 용어로 표현된다. 고전압 CMOS, BCDMOS 공정. 그러나 이 기술들은 한국이 디스플레이와 전력 반도체 분야로 산업 지평을 넓히는 데 필요한 ‘기초 체력’이었다. 메모리 반도체 강국이라는 현재의 위상 뒤에는, 이처럼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공정 기술의 축적이 있었다. 공학한림원은 “권 교수의 연구는 원천 기술을 산업계 전반에 확산시켜 국가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린 사례”라고 평가했다.

한양대 교수진이 공학한림원 주요 상을 받은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대상까지 포함해 동시에 3개 상을 석권한 건 처음이다.

해동상은 공학 기술의 문화적 확산에 기여한 인물에게 수여된다. 올해 수상자인 임창환(50) 교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분야를 연구해온 대표적 뇌공학자다. 임 교수는 서울대 전기공학부를 나와 서울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연구실 안에 머무르지 않고, 공학을 대중에게 설명하는 데 꾸준히 힘을 쏟아왔다. ‘뉴럴 링크’ ‘교실 밖에서 듣는 바이오메디컬공학’ ‘뇌를 바꾼 공학, 공학을 바꾼 뇌’ ‘우리 뇌를 컴퓨터에 업로드할 수 있을까?’ 등 공학 분야에서는 드물게 대중적 관심을 얻은 책을 많이 썼다. 어렵고 낯선 기술을 일상의 언어로 풀어내며 학생들의 진로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공학한림원은 “연구 성과를 사회로 확장시키며 공학 문화 저변을 넓혔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공학을 ‘전문가의 언어’에서 ‘공공의 언어’로 옮긴 공로를 인정받은 셈이다.

올해 처음 제정된 동진상은 안진호(63) 교수에게 돌아갔다. 안 교수는 신소재공학 분야에서 오랜 기간 연구를 이어온 인물로, 국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술 자립 핵심 인물 중 하나로 꼽힌다. 그의 이름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EUV(극자외선) 노광 기술 때문이다. 이 기술은 7나노 이하 첨단 반도체 생산의 필수 공정으로,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의 중심에 있다. 안 교수는 정부의 EUV 연구개발 투자를 이끌며 2019년 관련 기술이 국내 양산에 적용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공학한림원은 “기술 발전뿐 아니라 산업적 가치 창출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다.

이기정 한양대 총장은 “공학계 최고 영예를 동시에 수상한 건 한양대 공학 분야 저력을 보여주는 상징적 성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