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대를 불러온 제미나이나 챗GPT 같은 생성형 AI 모델 개발에는 연구원·대학원생들의 독특한 발상이 담긴 연구 논문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기업이 직접 대학원을 운영하면 이 같은 혁신에 불이 붙을까. 이를 실험하고자 만들어진 곳이 지난 4일 문을 연 ‘LG AI 대학원’이다. 교육부 공식 인가를 받아 석·박사 취득이 가능한 국내 최초의 사내 대학원으로, 신입생 17명(석사 11·박사 6) 모두 LG전자, LG에너지솔루션, LG화학 등 계열사에서 10년 안팎 근무한 ‘선임(대리·과장)’ ‘책임(과장·부장)’들이다. 일반적인 대학원과 달리 이들은 앞으로 교육을 받으며 각 계열사가 맞닥뜨린 ‘AI 숙제’를 풀어야 한다.
지난 12일 서울 마곡 K스퀘어 8층에 있는 이 대학원 강의실은 신사업 프로젝트를 떠안은 부서 사무실처럼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날 오전 진행된 ‘AI 세미나’ 강의에서 박사 과정인 오종혁(LG에너지솔루션)씨가 딥마인드 연구진의 논문을 소개하자, 학생들 질문이 쏟아졌다. 대다수는 쉬는 시간에도 자리를 뜨지 않고 수업 자료와 씨름하고 있었다. 박사 과정인 이혁기(LG전자)씨는 “오전 9시부터 오후 2~3시까지 수업을 듣고 자습실에서 저녁 늦게까지 논문 연구를 하고 있다”며 “각 계열사의 AI 고민거리를 해결한다는 목적으로 왔기 때문에 허투루 시간을 보낼 수가 없다”고 했다.
이들은 졸업 전까지 자신이 속한 계열사 업무와 관련한 학위 논문을 써야 한다. 특히 박사 과정은 국제 학술지(SCIE)급 논문도 1편 이상 써야 한다. 예컨대, LG전자 설계자동화솔루션 부서에서 근무하는 이씨는 간단한 텍스트와 이미지만 입력하면 제품 디자인을 설계해 주는 AI 개발 관련 연구 논문을 써야 한다.
학생 선발 방식도 깐깐한 편이다. 계열사에서 AI 인재를 추천받아 연구 계획서와 업무 평가서로 1차 서류 평가를 진행했고, 2차로 온라인 코딩 테스트를 진행한 뒤, 3차 면접을 통해 최종 선발했다. 석사 과정은 1년(3학기) 24학점, 박사 과정은 3년 33학점이다. 박사 과정 1년은 ‘풀타임 파견’ 형식으로 학업만 하고, 2년은 ‘파트타임 파견’ 형식으로 주 2~3일은 출근을 병행한다. 기본급 수준의 월급을 받지만, 대신 학점이 인사 고과에 반영된다. 석사 과정인 정희석(LG에너지솔루션)씨는 “직장인 신분으로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은 혜택”이라며 “AI를 활용한 ‘배터리 잔존 용량 조기 예측’이란 현업 문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본다”고 했다.
LG AI대학원은 현재 전임교원 1명과 겸임교원 24명이 수업과 연구·논문 지도를 하고 있다. LG는 올해 전임교원을 3명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김병집 교수는 “산업 현장에서 쏟아지는 AI 과제를 다루는 ‘현업 밀착형 교육’이 사내 대학원의 특징”이라며 “현업에서 잠시 벗어나 학생 신분으로 고민하는 과정에서 ‘혁신’이 싹튼다고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