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호찌민에 사는 응오 꾸인 짱(17)양은 올해 전남 영암군의 구림공고에 진학할 예정이었다. 학용품을 미리 사두고,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었는데 한국 입국을 며칠 앞둔 지난달 말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들었다. 한국 법무부가 비자를 내주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는 “구림공고에서 공부하고 있는 베트남 선배들이 비자 문제 없이 공부를 잘 하고 있다는 얘길 듣고 지원했다”면서 “한국 유학 합격 소식에 선생님과 친구들 축하도 받았는데, 지금은 내가 거짓말쟁이가 된 것 같아 너무 속상하다”고 했다.
직업계고에 외국인 학생을 유치해 지역 일꾼으로 키우려는 지방교육청의 사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법무부가 지난달 외국인 신입생 상당수의 비자 발급을 불허하면서 갑자기 입국을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16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남·경북·충남·전북·강원도의 23개 학교는 올해 입학할 외국인 학생 227명을 지난해 선발했다. 베트남·인도네시아·우즈베키스탄·쿠바·몽골 등 8개 국적이다. 그런데 이날까지 비자가 나온 학생은 28.2%(64명)뿐이었다.
직업계고 외국인 유학생 선발 사업은 2024년 경북교육청이 시작한 이래 올해 3년째다. 인구 감소로 직업계고는 학생 모집이 어려워졌고, 지역 중소 기업은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아우성이었다. 이에 고등학교 때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해 졸업 후 지역에 필요한 인재로 키우자는 아이디어로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재작년 경북 지역 학교에 45명이 입학했고, 지난해 경북·전남에 145명이 입학했다. 한국인처럼 학비가 무상이다. 일부 학교는 기숙사비까지 무료다. 올해는 전북·강원·충남교육청도 추가로 사업에 나섰다.
이들 교육청은 지난해 상반기 이후 올해 신입생을 위한 원서 접수 등 선발 절차를 진행했다. 일부는 여름에 선발을 끝마친 상황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말 법무부로부터 “취업 연계 목적 고교 이하 유학 사증 발급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의 공문을 받았다. 법무부는 직업계고의 외국인 미성년 학생 선발은 불법 브로커 개입, 아동 권리 침해 등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비자 요건을 강화했다는 입장이다. 특히 직업계고가 취업을 전제로 외국인 미성년자를 유치하면 국제사회가 금지하는 ‘아동 강제 노동’으로 여겨져 외교·통상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도 했다. 다만 심사 결과 해외 동포의 후손이거나, 교육적 관점에 부합한다고 판단된 경우에는 일부 비자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교육청은 법무부의 통지가 너무 늦었다는 입장이다. 전남교육청 측은 “법무부 우려에 공감하는 부분도 있지만, 3년째 추진된 정책인데 갑자기 기준을 바꾸면 학생들의 교육권이 침해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북교육청 관계자는 “법무부가 10월 공문 이후에도 보완 서류를 내달라고 요청해 계속 준비해서 서류를 제출했다”면서 “그런데 결국 2월에 절반은 비자가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비자를 못 받은 외국인 학생들은 현재 대부분 본국 학교에 다니고 있지만, 일부는 한국 학교 입학을 기다리며 현지 학교 등록을 미루고 있다고 한다.
일부 학교에선 교육 파행도 빚어지고 있다. 올해 개교한 전남 강진의 미래국제고(대안학교)는 외국인과 이주 배경 학생으로만 신입생을 구성하려 했는데, 외국인 신입생 45명 전원이 2월까지 비자를 못 받아 이주 배경 학생 7명으로만 문을 열었다. 지난 12일 뒤늦게 카자흐스탄 학생 4명이 ‘해외 동포의 후손’이라며 비자를 받아 입국을 준비 중이다. 구림공고는 외국인 34명 전체가 비자를 못 받아 1학년 신입생은 한국인 5명뿐이다. 교육청들은 5월까지만 학생들이 입국하면 수업 일수를 채워 1학년을 마칠 수 있는 만큼 지금이라도 법무부가 비자 발급을 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