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고를 하기 위해선 반드시 좋은 글쓰기가 필요하다.’
1872년부터 150년 넘게 글쓰기 수업을 강조하고 있는 미국 하버드대의 교육 철학이다. 하버드대는 모든 학생이 ‘논증적 글쓰기 수업’을 필수로 듣도록 하고 있다. 15명이 한 반이 돼 주 2회 듣는다. 학생은 문제를 제기하는 방법, 글의 주제에 맞는 근거를 대는 법, 반론을 예상하고 대응하는 법 등을 배우고 총 세 편의 글을 쓴다. 교수는 학생의 글을 1대1로 첨삭해주고, 학생의 초고를 두고 여럿이 토론을 하기도 한다. 신입생 대상으로 글쓰기 시험을 먼저 진행해 미흡한 학생은 기초 글쓰기 과목을 한 학기 들은 다음 필수 수업을 듣도록 하고 있다. 제인 로젠와이그 하버드대 글쓰기 센터 디렉터는 2024년 언론 인터뷰에서 “글쓰기는 협력적인 작업으로, 종이에 적힌 문장과 머릿속에서 막 형성되고 있는 생각 사이에 다리를 놓는 과정”이라며 “이런 일을 AI는 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버드대는 AI(인공지능)가 확산하자 2024년 ‘AI 시대의 글쓰기 수업 지침’을 만들어 배포했다. 이에 따르면, 챗GPT 같은 생성형 AI를 활용한 글쓰기 과제는 A 학점을 받을 수 없다. 학생이 직접 쓴 글에 대해서만 좋은 성적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사례를 찾거나, 데이터를 분석하는 등 ‘글쓰기 준비 단계’에서는 AI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때도 학생은 자신이 아이디어를 어떻게 찾게 됐는지, 읽기 자료를 요약한 방법을 명시하고, 다른 학생들에게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 AI에 의존해 결과물만 받아보는 걸 막겠다는 취지다.
하버드대뿐 아니라 미국 명문대들 중에는 교육 과정 전반에 걸쳐 글쓰기를 중시하는 곳이 많다. 스탠퍼드대는 2003년부터 세 단계의 글쓰기 수업 시스템을 운영한다. 2학년까지 ‘글쓰기 및 수사학’ 수업 2개(기초·심화)를 이수하고, 이후 전공 글쓰기 수업을 듣는다. 스탠퍼드대도 글쓰기 및 수사학 수업에서 AI 활용 정책을 만들었는데, 글을 쓰거나 수정할 때 AI 활용은 엄격히 금지하는 게 원칙이다. ‘문장은 물론 단어 하나도 AI 도움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아이디어를 찾는 초기 단계에서만 AI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코넬대는 1학년 대상으로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는데, 학생이 AI로 글을 쓴 게 확인되면 표절로 판단한다. 강사는 학생에게 반성문을 내게 하거나, ‘낙제’ 처리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