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수퍼 파워’인 집중력을 스마트폰과 알고리즘에 빼앗기며 독서는 이제 소수의 취미 활동이 됐습니다.”

2022년 세계적 베스트셀러 ‘도둑맞은 집중력’을 쓴 요한 하리(Hari·47)는 본지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사회학·정치학을 전공하고 일간지 기자로 일했다. 전문가 200명 이상을 만나 디지털 시대 집중력 위기를 조명한 ‘도둑맞은 집중력’은 한국에서만 40만 부 팔렸다.

‘도둑맞은 집중력’ 작가 요한 하리

-집중력을 누가, 어떻게 도둑질하나.

“구글 핵심에서 검색·광고 업무를 10년 넘게 맡은 제임스 윌리엄스 박사가 실리콘밸리 엔지니어들을 상대로 한 연설이 있다. 그가 ‘우리가 만들고 있는 이 세상에 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손을 들어주십시오’라고 말하자,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그는 그 일이 있고 곧 구글을 관뒀다."

-왜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을까

“그들 스스로 이윤을 위해 인류의 자산을 훔치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우리가 소셜미디어에서 하는 모든 행동은 인공지능(AI)에 의해 알고리즘화된다. 무엇이 당신을 행복하고 슬프게 하고, 자극하고 화나게 하는지 AI가 학습한다. 이를 이용해 당신이 스마트폰 화면을 오래 스크롤할수록 빅테크는 돈을 많이 번다. 실리콘밸리의 천재성이 당신의 집중력을 훔치는 데 맞춰진 것이다.”

-집중력과 문해력 위기는 어떤 연관이 있나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학습·기억연구소 얼 밀러 교수를 인터뷰했다. 밀러 교수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의식적으로 한 번에 1~2개 생각만 생성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소셜미디어와 스마트폰의 끝없는 알림에 하루 종일 방해받는다. 책을 읽거나 업무 중 알림을 확인하고 이전의 집중 수준으로 돌아가기 위해 평균 23분이 걸린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 이를 ‘전환비용 효과’라고 한다. 깊게 읽을 수도 즐길 수도 없으니 문해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서 한국 성인들의 읽기 점수 하락이 가파르다.

“한국을 방문하고 특히 ‘집중력 도둑질’에 취약한 나라라고 느꼈다. 새로운 기술 습득이 빠르고, 스마트폰도 많이 쓴다. 캐나다 맥길대 연구팀 연구 결과 한국인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은 하루 5.2시간으로 세계 5위다. 자제력을 발휘해 독서에 집중하면 되지 않느냐고? 그러기 위해선 화면 뒤에 있는 수천 명의 실리콘밸리 엔지니어들과 대결해야 한다.”

-개인이 저항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라는 것인가

“미국 오리건보건과학대 조엘 닉 교수를 인터뷰했을 때 그는 집중력 위기를 비만에 빗대 설명했다. 50년 전엔 비만이 거의 없었지만, 이제는 서양의 고질병이 됐다. 사람들이 갑자기 방종해졌기 때문이 아니다. 질 나쁜 음식이 공급되고 생활 방식이 극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집중력과 문해력 위기도 비만처럼 신종 질병이다.”

-어떻게 맞서야 할까.

“비만에 맞서기 위해 우리는 건강한 식재료를 유통하고, 교육으로 운동을 권장하고, 생활 습관을 바꾸도록 도시를 재설계하는 등 정책으로 맞섰다. ‘집중력·문해력 저하 감염병’을 만드는 요인을 찾아 저항해야 한다. 빅테크의 주의력 조종, 독서의 붕괴에 맞서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청소년들의 소셜미디어 금지법 같은 것을 말하나.

“모친이 열 살 때 담배를 피우는 사진을 봤다. 수십 년 전 스코틀랜드 노동자 계층 아이가 담배를 피우는 건 흔한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 사진을 보면 모두 경악한다. 어린이 손에 틱톡이 깔린 스마트폰을 쥐여주는 지금 우리 모습을 20~30년 뒤에 보면 이처럼 경악스러울 것이다. 시급히 아이들의 소셜미디어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고 본다.”

-책에서 특히 ‘소설 읽기’를 강조했다.

“캐나다 토론토대 심리학자 레이먼드 마 교수 연구에서 소설을 읽는 사람일수록 공감 능력 점수가 높았고 더 높은 수준의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설 읽기는 등장인물의 입장에서 사건과 그 감정을 재구성하는 과정이다. 높은 몰입을 요구한다. 소설만큼 우리의 집중력과 문해력, 공감 능력을 키우는 효과적인 방법이 없다. AI 시대에 우리가 갖춰야 할 핵심 능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