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김포의 고교 최모 교사는 작년 사회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진로와 관련된 책을 읽고 5분씩 감상을 발표하게 했다. 책을 읽을 기간은 한 달 줬다. 모든 학생이 발표를 마친 후 “책을 끝까지 다 읽은 사람 손을 들어보라”고 했더니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모두 유튜브에서 요약된 내용을 봤거나, 생성형 AI(인공지능)에 책 내용을 요약하게 시키고 발표 내용도 써달라고 했다고 한다.
최 교사는 “요즘엔 아이들이 책을 읽고 수행평가를 하는 시간이 낭비라고 생각해 AI 서비스에 유료로 가입해주는 부모도 많다고 한다”면서 “직접 읽고 생각하지 않으면 기억에 안 남을 텐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은 책과 멀어지고 있지만, 각종 소셜미디어에서 ‘청소년 필독서 요약 콘텐츠’는 인기다. 실제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는 역사 강사가 책 내용을 요약한 영상 조회 수가 365만회를 넘었다. 비슷한 내용의 다른 영상도 260만회를 기록했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요약 영상은 186만회를 기록했다.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 요약 영상은 119만회를 넘는다. 이 영상들은 보통 줄거리를 요약해줄 뿐 아니라, 작품 해석까지 설명해준다. 베스트셀러를 1분 안팎 영상으로 요약해 주는 숏폼도 넘쳐난다.
학생들이 이런 콘텐츠를 이용하는 이유는 수행평가 외에도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독서 내용을 남기기 위해서인 경우가 많다. 현재 학생부에 독서 활동을 기록하는 항목은 있지만, 대학은 이 항목을 입시에 반영하지 않는다. 하지만 학생부의 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등 항목에 기록할 수 있다. 예컨대 국어 시간에 배운 소설가의 책을 찾아 읽고 소설의 배경이 된 장소로 문학 탐구 활동을 다녀왔다는 보고서를 썼다는 식이다.
교육계에선 AI나 유튜브 영상은 독서를 대체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한다. 독서는 텍스트를 머릿속으로 시각화하고 앞뒤 문맥을 파악하는 능동적인 과정인데, 이를 생략하면 비판적 사고력을 기르지 못한다. AI의 ‘할루시네이션(환각)’ 현상 때문에 왜곡된 사실을 받아들일 위험도 있다.
경남의 한 중학교 교사는 “아이들이 영상을 본 것은 많아서 단편적으로는 아는 게 많지만, 정작 깊이 있게 물어보거나 글을 쓰도록 하면 내용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면서 “영상으로 파편적 지식을 얻은 뒤 ‘다 안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이 큰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