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유무를 고교 입학 전형에 반영하는 영재·과학고가 늘어나며 올해 2명이 영재고에 불합격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부터 대입에서 학폭 조치 사항을 반영하는 것이 의무화된 가운데, 고교 입시에도 학폭 유무가 큰 영향을 주기 시작하고 있다.

23일 교육부가 국회 교육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영재고인 서울과학고와 광주과학고 입시에서 각각 1명이 학폭으로 불이익 조치를 받아 불합격했다. 앞서 2024학년도 광주과학고에서 1명이 학폭으로 입시에 불이익을 받은 이후 두 번째 사례다.

학폭 반영이 의무화된 대입과 달리 고교 입시에서는 각 학교가 자율적으로 학폭 유무를 입시에 반영하고 있다. 영재고의 경우 2020학년도 광주과학고가 학폭 유무를 입시에 반영하기 시작한 이후, 2021학년도 대구과학고, 2022학년도 경기과학고·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 2025학년도 서울과학고·대전과학고 등 현재 영재고 총 8곳 중 7곳이 학폭을 입시에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과학고는 인천과학고가 2022학년도, 세종과학고·한성과학고가 2026학년도부터 반영하는 등 20곳 중 3곳이 반영하고 있다.

예컨대 서울과학고는 입학 전형에 ‘학교폭력 등 특이사항 기록 포함 생활기록부’를 제출하라고 작년부터 명시하고 있다. 경기과학고는 입학 전형에 ‘학교생활기록부 검토 결과 학교폭력 관련 사항 등에 결격사유가 없는 경우 최종합격자로 선정한다’고 적혔다. 생활기록부에는 학교폭력 정도가 심하다고 판단되는 4호(사회봉사)~9호(퇴학 처분) 처분이 적힌다. 일부 학교는 ‘생활기록부 기재유보 사항’ 문건도 제출받아 경미하다고 판단되는 학교폭력 1(서면사과)~3호(교내봉사) 처분까지 평가에 반영하고 있다고 한다.

서울과학고 관계자는 “대학 교수 등 외부 인사로 이루어진 영재선정심사위원회에서 작년부터 학교폭력 유무를 입학에 반영하기로 결정했다”며 “학교 폭력 문제가 사회적으로 심각해지고 있고, 성적뿐만 아니라 바른 인성 역시 영재의 조건이라는 차원의 결정”이라고 했다.

상당수 자사고나 외고·국제고도 학폭 조치 사항을 면접 단계에서 반영하고 있다고 한다. 한 자사고 관계자는 “영재고처럼 입학 요강에 명시하고 학폭 관련 문건 모두를 제출하라고 하지는 않지만, 생기부에 적힐 정도로 심한 학폭이 있으면 인성 면접 단계에서 더 면밀히 보고 합격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고 했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고교 입시부터 학폭 조치 사항을 반영하는 것은 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구로구의 한 중학교 생활부장교사(학폭 담당)는 “중학교 학폭은 가해자와 피해자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고 ‘쌍방 신고’하는 일도 많다”며 “반성의 기회를 주지 않는다고 받아들일 수 있는데다, 상위권 극소수 학생만 가는 영재·과학고 입시에 학폭 유무를 반영하는 것이 학폭 감소에 어떤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