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의 중학교 정모(42) 교사는 지난 학기 단편소설을 쓰는 과제를 채점하다 황당한 일을 겪었다. 한 학생이 1960년대 서울을 묘사하면서 ‘거리의 전광판 뉴스 소리에 사람들이 멈춰 섰다’고 썼기 때문이다. “당시엔 전광판이 없었다”고 지적하자 학생은 “챗GPT가 알려준 거라 틀릴 리가 없다”고 우겼다. 교사는 “AI(인공지능)가 이미지도 보여주고 근거를 대면서 그럴듯하게 답변하니까 철석같이 진짜라고 믿더라”면서 “AI 설명을 무턱대고 진리로 받아들이는 아이들이 많아서 걱정”이라고 했다.

학생들이 온라인과 AI가 쏟아내는 정보를 검증 없이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현상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초 지식을 쌓거나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훈련이 안 된 상태에서 AI를 비롯한 온라인 정보에 무방비로 노출된 결과로 분석된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해 중·고교생 2만6531명과 교사 3344명을 설문한 결과, 생성형 AI 활용 경험이 있는 학생이 90%를 넘었다. 그런데 교사에게 학생의 AI 사용에서 우려되는 점을 물었더니 ‘생성형 AI가 알려주는 내용을 비판 없이 받아들이는 것’(92.5%)을 가장 많이 꼽았다.

실제 한국 학생들의 ‘정보 선별력’은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지난해 12월 발간한 ‘한국의 교육 정책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 학업 성취도 평가(PISA) 평가에서 한국 15세 학생 중 주어진 글에서 사실과 의견을 구분할 수 있는 비율은 25.6%로 OECD 평균(47%)의 절반 수준이었다. 멕시코·브라질·콜롬비아 등과 함께 최하위권이었다. 해당 조사는 각국 학생들에게 온라인에 있는 뉴스 기사와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보여주고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한국은 다른 조사에서도 온라인에서 정보를 읽을 때 출처, 진위 여부를 검증하는 ‘팩트체크’ 지수(-0.294)가 꼴찌 수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