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열차 안에서 대다수의 시민들이 휴대폰을 보고 있는 가운데 한 시민이 책을 읽고 있다./박상훈 기자

학교와 대학, 직장 등 대한민국 사회 전방위에서 ‘문해력 붕괴’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본지가 한국교총과 함께 전국 초·중·고교 교사 941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5.1%가 “과거에 비해 학생 문해력이 저하됐다”고 답했다. 교사들은 본지에 “아이들이 긴 글 읽기를 ‘구세대 유물’처럼 취급한다”, “이러다간 의사소통이 어려운 시대가 올 것 같다”는 우려를 쏟아냈다.

성인도 예외가 아니다. 문해력 부족으로 업무 소통이 안 된다며 회사 차원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별도 문해력 교육을 하고, 문해력 시험을 통과해야 졸업장을 주는 대학까지 생겼다.

이는 디지털 기기와 AI(인공지능)의 발전, 숏폼(짧은 영상) 중독 등으로 깊이 있게 글 읽는 사람이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본지가 진종오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국립국어원의 ‘2024 국민 국어 능력 실태 조사’에 따르면, 전국 성인 5000명 가운데 한 달간 책을 한 페이지도 읽지 않은 경우가 58.8%에 달했다. 국민 10명 중 6명이 이른바 ‘책맹’이다.

이는 문해력 저하로 직결됐다. OECD가 2024년 발표한 ‘국제 성인 역량 조사(PIAAC)’ 결과 한국 성인(16~65세)의 언어 능력 평균 점수는 249점으로 OECD 평균(260점)보다 11점이나 낮다. 대학 교육을 받은 성인 비율은 OECD 1위인데 문해력은 세계 평균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문제는 AI 시대가 본격화됨에 따라 긴 글을 천천히 읽어야만 길러지는 문해력의 가치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AI에 정확한 명령(프롬프트)을 내리고 결과물을 비판적으로 검증하려면 고차원적 문해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도 “이제 새로운 프로그래밍 언어는 인간의 언어”라며 ‘언어 능력’이 앞으로 인간이 갖춰야 할 핵심 역량이라고 강조했다.

김혜정 한국독서학회장(경북대 국어교육과 교수)은 “AI가 사고 과정을 대신해주면서 전 세대에 걸쳐 긴 텍스트를 읽어내는 ‘인지적 근력(筋力)’이 감소하고 있다”면서 “문해력이 곧 AI 시대의 생존 기술인 만큼, 문해력 회복을 국가적 과제로 삼고 독서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