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력은 단순히 글자를 읽는 능력이 아니라, 정보를 해석해 자기만의 논리로 재구성하는 ‘사고 과정’이다. 이 과정의 정점이 바로 글쓰기다. 그런데 이런 글쓰기를 생성형 AI에 맡기는 이들이 급증하면서 사고의 근육이 퇴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연구팀은 생성형 AI를 활용해 글을 쓰면 뇌 활동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지난해 4개월 간 18~39세 참가자 54명을 세 그룹으로 나눠 SAT(미국 대입 자격 시험) 에세이를 네 차례 쓰게 했다. 한 그룹은 ‘챗GPT’를, 다른 그룹은 구글 검색 엔진을 쓰도록 했다. 마지막 그룹은 직접 작문하도록 했다.

이후 뇌파를 측정했더니 AI 도움을 받은 그룹의 뇌 활동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챗GPT로 글을 쓴 그룹은 뇌의 부위 간 정보 전달 강도가 직접 글을 쓴 그룹에 비해 최대 55% 낮았다. 특히 챗GPT로 글을 쓴 그룹은 방금 전까지 쓴 문장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거나, ‘복사·붙여넣기’로만 글을 쓰려는 경향까지 보였다. 직접 작문한 그룹의 뇌 활동이 가장 활발했고, 검색 엔진을 사용한 그룹은 중간 수준이었다.

연구진은 “4개월에 걸쳐 실험한 결과, AI 사용 그룹은 신경과 언어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저조한 성과를 보였다”며 “AI 의존이 교육·학습에 장기적으로 미칠 영향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미국 카네기멜론대 연구진도 AI가 인간의 사고를 둔화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해 발표했다. 연구진이 직장인 319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실험자들은 생성형 AI를 사용해 작업했을 때 이해나 적용, 분석 같은 사고 활동에 적은 노력을 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생성형 AI에 대한 신뢰도가 높을수록 비판적 사고 능력은 감소했고, 이는 독립적 문제 해결 능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AI 시대, 문해력 위기] 시리즈

<1>학생·직장인 모두 경고등
-AI·휴대폰에만 빠져드니... 국민 10명 중 6명 ‘책맹’
-‘수지 맞다’에 “누가 수지 때렸냐”... ‘고지식하다’ 말하면 칭찬?
-대학도 골머리… ‘문해력 졸업 시험’ 보는 곳도
-MIT의 경고 “AI 에 글쓰기 의지하면 두뇌 활동 저하”
<2>AI 맹신하는 학생들
-한국 중학생 75%, 사실·의견 구분 못해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 조문?… 선생님보다 AI 믿는 아이들
-[인터뷰]“문해력 떨어질수록 AI 시대 가짜뉴스 희생양 돼” 슐라이허 OECD 교육기술국장
<3>독서와 직결되는 읽기 능력
-긴 글 자주 읽는 사람이 독해 능력 15% 더 높아
-[인터뷰]“딥 리딩으로 저항하라” 인지신경과학 분야 전문가 매리언 울프 美 UCLA 교수
-“스마트폰에 빠진 Z세대, 부모보다 덜 스마트한 첫 세대”
-연간 독서량 많은 학생들, 어릴 적 부모가 책 자주 읽어줘
<4>교과서도 못 읽는 아이들
- 중학생 92%가 1분에 지문 1개 못 읽는다
- AI·유튜브 요약본만 봐놓고 “선생님, 그 책 내용 다 알아요”
<5>폰 앞에서 무너지는 집중력
-스마트폰에 자꾸만 손이… 70분 책 펴놓고 28분 읽어
-[인터뷰]“문해력 위기는 비만 같은 질병” ‘도둑맞은 집중력’ 작가 요한 하리
<6>심각한 글쓰기 실력 저하
-국가 과제된 문해력… 대통령 직속 국교위에 특위 만든다
-초6이 쓴 민주화운동 감상문에 “개고생한듯 ㄷㄷ” “독재는 에바각ㅠ”
-美 명문대는 AI 없이 직접 글쓰는 수업 강화
<7> ‘4·7세고시' 조기 사교육의 폐해
-두 살때부터 영어 외우느라, 동화책과 멀어지는 아이들
-[인터뷰]“무릎에 자녀 앉히고 종이책을 읽어줘라” 美 언어학자 나오미 배런

<8> 입시에 밀린 독서
-난쏘공·광장… ‘1쪽 요약본’으로 책 읽는 아이들
-문학책 읽고 에세이 쓰는 미국 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