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취업 시장 ‘최강자’라고 불렸던 컴퓨터공학과의 취업률이 하락세에 접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업무에 생성형 인공지능(AI)을 도입하며 신입 개발자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탓으로 분석된다.
2일 각 대학이 최근 공개한 ‘2025년 취업률 정보 공시’에 따르면, 서울대 컴퓨터공학부의 취업률은 2023년 83.8%에서 2025년 72.6%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카이스트 전산학부는 취업률이 77.9%에서 69.8%로, 한양대 컴퓨터소프트웨어학부는 81.4%에서 70.3%로 떨어졌다. 2025년 취업률은 2024년 2월 졸업자가 같은 해 12월 31일 기준으로 취업했는지 집계한 것이다. 대학원 진학자, 입대자 등은 모수에서 제외했다. 건국대 컴퓨터공학부도 72.3%에서 63%로, 충북대 컴퓨터공학과는 65.9%에서 44.4%로 줄어드는 등 대부분 대학 컴퓨터공학 전공의 취업률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은 생성형 AI가 본격적으로 상용화된 시기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앤드컴퍼니가 전 세계 기업 1363곳을 조사한 결과, 생성형 AI를 업무에 도입한 기업은 2023년 33%에서 2024년 65%로 뛰었다. 미국에서는 작년 8월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이 같은 AI 영향으로 컴퓨터공학 졸업자의 실업률이 7.5%로 미술사(3%) 등 인문·사회 계열보다 높다는 보고서를 발표하며 화제가 됐다. 한국 사정도 다르지 않다는 게 2025년 취업률이 공개되며 처음 드러난 것이다.
대학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김성열 건국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과거에는 ‘코드 문법’을 달달 외워서 개발에 빠르게 적용하는 능력이 중요했는데, 이제 이런 일은 AI가 더 잘한다”며 “앞으로 AI가 내놓은 값의 진위를 파악하고 정보를 논리적으로 배치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식으로 교육을 혁신하지 않는 대학은 ‘AI발 고용 한파’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실제로 기초적인 개발 업무를 AI가 맡으며 ‘신입 개발자’ 채용은 빠르게 줄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작년 12월 발행한 ‘최근 소프트웨어 개발자 수 및 직무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개발직 채용 공고에서 신입이 차지한 비율은 2022년 53.5%에서 2024년 37.4%로 16.1%포인트 감소했다.
특히 작년 한국 대형 게임사 ‘크래프톤’ 같은 청년들이 선호하는 IT 기업들이 앞다퉈 AI를 업무 전반에 도입하는 ‘AI 퍼스트(First)’를 선포하고 인력 조정에 나서며 취업 공포감이 더 확산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컴퓨터공학과 학생들 사이에서는 과거 인문계 취업난을 뜻하는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를 빗댄 ‘컴송합니다(컴퓨터공학과라서 죄송)’라는 말까지 퍼지고 있다.
카이스트 전산학부 재학생 이종서(25)씨는 “학생들도 코드 암기 같은 전공 지식을 쌓기보다는 개발 과정에서 직면하는 문제를 어떻게 풀어낼지 보여주는 논리력 교육에 시간을 더 많이 투자하고 있다”며 “‘AI가 대체 불가한 전문가’라는 걸 입증하느냐가 취업 성패를 가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