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올해부터 고교 3학년을 대상으로 선거 교육을 실시하고, 학교 현장에 헌법 교육을 강화하는 내용의 ‘2026년 민주시민교육 추진 계획’을 30일 발표했다. 교육부는 “국민이 이념적·정치적 분열을 우리 사회의 주요 문제로 인식하는 만큼 학교에서부터 시민성을 키우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하지만, 국내 최대 교원 단체인 한국교총 등에선 “정치 갈등을 교실로까지 번지게 하는 되레 ‘불에 기름을 붓는’ 조치”란 우려가 나온다.
추진 계획에 따르면, 교육부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함께 3월 신학기부터 고교 3학년 약 40만명을 대상으로 ‘새내기 유권자 교육’을 실시한다. 만 18세인 고교 3학년은 올 6월 지방선거 때 첫 투표권 행사를 앞두고 있다. 이에 정부는 기본적 선거 절차와 공직선거법 교육을 비롯해 학생들이 소셜미디어로 확산되는 가짜 뉴스에 대응할 수 있는 미디어 문해 교육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초·중학교가 대상이었던 ‘헌법 교육 전문 강사 지원 사업’도 고등학교까지 확대한다. 헌법 교육은 법무부 소속 헌법 교육 전문 강사(변호사 등)가 학교에 출장 강의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지난해 초·중학교 913학급에서 실시됐던 이 교육을 올해 고등학교를 포함해 2000학급까지 늘리는 게 목표다. 또 올해부터 초·중학생 2만명을 대상으로 모의 선거 등을 체험하는 ‘민주주의 선거 교실’도 실시한다.
‘민주시민교육’ 강화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 과제다. 교육부는 작년 11월 민주시민교육팀을 신설하고 강화안(案)을 준비해왔다. ‘학교민주시민교육법’ 제정 추진을 통해 헌법·선거 교육 관련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동시에, ‘학생의 민주시민 역량’ 같은 지표도 내놓을 계획이다.
하지만 학교 현장이나 학부모들은 “헌법·선거 교육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자칫 ‘교실의 정치화’를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일선 교사들은 교육부의 발표에 포함된 ‘학생 간 토의·토론을 중심으로 하는 교수 학습 원칙을 마련하겠다’는 내용을 놓고 걱정이 크다고 한다.
한국교총은 입장문을 내고 “논쟁적 주제를 다룰 때 교사를 보호해줄 면책권이나 보호 체계가 없는 상황에서, 자유로운 토론만 강조하는 건 양극단으로 치닫는 현재 정치 지형상 쏟아지는 학생·학부모 민원의 사지로 교사들을 내모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시민 교육은 모든 교과 속에서 자연스럽게 구현돼야지, 특정 정책이나 별도 교과로 분절화해선 안 된다”고 했다. 서울의 고교 교사인 박모씨는 “정치 이슈 등에 대해 토의·토론 중심 교육을 진행하면, 수업 시간을 넘어서까지 논쟁이 이어져 학교 분위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며 “학생들이 과도한 발언을 하더라도 교사들은 이를 제지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것도 문제”라고 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최모씨는 “뜨거운 정치 이슈가 생길 때마다 편향적 발언을 일삼는 교사들이 있지 않았느냐”며 “특히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이 교육을 빌미로 그런 교사들이 더 늘까 걱정”이라고 했다. 평소 전국 교육청에 접수되는 ‘교사의 정치적 발언’ 민원은 한 해 20~30건인데, 2024년 말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탄핵 시기 이후 3개월 동안에만 57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