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광진구 화양초등학교. 인구가 감소해 3년전 폐교한 화양초등학교 주차장이 거주자 우선 주차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박성원 기자

서울 강서구에 있는 A초등학교는 그 주변이 1000가구가 넘는 아파트 단지와 백화점, 공원 등으로 둘러싸여 있다. 바로 옆에는 전교생이 600여 명인 중학교, 또 걸어서 10분 거리에는 고등학교도 있다. 하지만 A초교는 오는 3월 입학생이 한 명도 없는 쓸쓸한 신학기를 맞는다. 당초 배정됐던 5명이 해외로 가거나 다른 학교를 택하면서 입학 예정자가 ‘0명’이 된 것이다. 개학 전까지 입학생이 새로 나타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한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학생이 1~2명 수준으로 적게 입학하는 상황이 될 경우, 학부모들도 자녀의 원활한 학교 생활을 고려해 다른 학교 입학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국내 학령인구가 급속히 줄어드는 가운데, 올 3월 서울특별시와 광주광역시에서도 처음으로 입학생이 한 명도 없는 초등학교가 나올 전망이다. 본지가 23일 국회 교육위 진선미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을 통해 확보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 ‘입학 예정자 0명’인 초등학교는 모두 198곳에 달했다. 이는 학교별 학급 편성 상황 및 예비 소집 결과를 집계한 것으로, 5년 전인 2021년(116곳)보다 71% 늘었다. 또 1학년 신입생이 1명에 불과한 초등학교도 전국에 209곳으로 5년 전보다 76% 증가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1학년생은 29만8178명으로 추산됐다. 초등학교 신입생이 30만명 아래로 떨어지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그래픽=양진경

◇전교생 4000명 넘었던 100년 학교까지 신입생 0명

올해 입학 예정자 0명인 초등학교가 가장 많은 지역은 경북(38곳)이었고, 그다음으로 전남(34곳), 전북(23곳), 강원·충남(20곳) 등의 순이었다. 입학 예정자 1명인 초등학교는 경남(38곳)이 가장 많았다. 이어 전북(35곳), 전남(33곳), 경북(29곳) 순이었다.

특히 올해는 서울(1곳)과 광주(2곳)에서도 ‘입학 예정자 0명’인 초등학교가 처음 생긴다. 서울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입학생이 0명인 초등학교가 매년 4~5곳 있긴 했지만, 이는 학교 건물 공사에 따른 휴교 때문에 신입생이 배정되지 않은 경우였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이번처럼 정상 운영 중인 초등학교에서 1학년 학생이 한 명도 없는 건 올해가 처음”이라고 했다.

광주광역시에서는 설립 역사가 100년 넘는 동구 광주중앙초와 광산구 삼도초 등 2곳에 올해 입학 예정자가 없다. 광주중앙초는 한때 전교생이 4000명을 넘었지만, 지난해에는 1학년 신입생이 1명에 불과했다. 이 학교는 신입생 유치를 위해 학교 자체 예산으로 1인당 30만원 상당의 학용품을 구매해줬을 뿐 아니라 인근 문화 예술 단체들과 함께 전통 악기 배우기, 한복 입고 마을 탐방하기 등 이색 수업도 진행했다. 하지만 올해는 신입생 확보에 실패했다. 또 주변이 논밭인 삼도초는 지난해 신입생이 10명이나 있었던 만큼, 교육청에서도 올해 이곳 입학 예정자가 0명일 거라는 예측을 전혀 하지 못했다고 한다. 광주교육청 관계자는 “학령인구 감소가 전국적 현상이지만, 광주에서도 입학생이 한 명도 없는 학교가 나와 놀랐다”며 “이제 소규모 학교 통폐합 등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때가 됐다”고 했다.

인구 300만명 이상인 부산에선 최근 5년간 꾸준히 ‘신입생 0명’인 초등학교가 나왔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진 매년 1곳에 불과했지만, 재작년 2곳으로 늘더니 지난해엔 5곳이나 됐다. 올해는 2곳으로 예상된다. 부산교육청 관계자는 “2곳 모두 학구(學區) 인구가 현저히 줄어드는 지역이어서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했다.

폐교 위기에서 벗어나려고 지역 사회까지 발 벗고 나섰지만, 신입생 확보는 쉽지 않다. 충남 보령시 원산도의 유일한 학교인 광명초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동창회가 입학 및 전학 축하금으로 1인당 300만원을 지급했다. 학교에선 요트 운전 강습, 원어민 교사와의 화상 영어 수업까지 진행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지난해 1학년 신입생 2명을 확보했다. 올해는 육지의 다른 마을에까지 현수막을 걸고 입학 축하금 등을 홍보했지만, 입학 예정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학교 관계자는 “열심히 노력했지만 학교에 올 아이들 자체가 없으니 어쩔 수 없지 않느냐”면서도 “6학년생이 졸업하면 전교생은 12명뿐인데, 입학식도 못 열어서 마음이 좋지 않다”고 했다.

학생 부족이 지역 갈등으로 번지는 경우도 있다. 경북 김천시 증산초에는 초등학교를 나오지 못한 60~90대 ‘어르신 학생(학령 초과자)’ 14명이 다닌다. 그런데 저출생 여파로 의무 취학 연령의 학생들이 감소하면서 지난해 전교생이 교직원 수보다 적은 총 8명에 불과했다. 이에 이 학교는 올해부터 분교로 전환돼 운영되고 있다. 분교 전환 논의는 지난 2024년부터 이뤄졌는데, 어르신 학생들과 지역 주민들이 반발해 경북교육감을 지난달 경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이들은 “학교가 분교로 바뀌면 결국 폐교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학령 초과자까지 합치면 학생 수가 교직원보다 많으니 분교 결정을 취소하라”고 주장했다. 학교가 문을 닫으면 어르신 학생들이 공부를 계속할 수 없는 상황을 우려한 것이다. 경북교육청 측은 “학령 인구가 줄면서 학교를 분교로 개편할 일이 계속 많아질 것”이라며 “그런데 어르신 학생 수를 인정하면 분교 전환과 통폐합을 막으려는 쪽에서 이를 악용할 수 있어 이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