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오후 태어난 지 5개월 된 세 쌍둥이를 키우는 심여진·박현재 씨 부부 집에 친가·외가 조부모가 모두 모였다. 조부모들은 자녀 부부와 함께 세 쌍둥이 손주인 박진하(딸)·태하(아들)·세하(딸) 목욕을 시키고, 한 명씩 품에 안은 채 낮잠을 재웠다. 조부모들은 세 쌍둥이의 얼굴 사진이 인쇄된 단체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티셔츠 뒷면에는 ‘재곤할비’ ‘경희할미’ ‘정원할비’ ‘영희할미’ 등 각자 이름이 적혀 있었다. 박씨는 “지난해 8월 세 쌍둥이가 태어난 뒤부터 양가 부모님들이 함께 아이를 봐주시기 시작한 걸 기념해서 가족 티셔츠를 맞췄는데 이제는 정말 하나의 ‘육아팀’이 된 느낌”이라고 했다.
양가 조부모는 세 쌍둥이 출산 직후부터 번갈아 서울에 있는 자녀 집에서 손자들을 돌보고 있다. 친조부모가 일요일 오후부터 목요일 오전까지, 외조부모가 목요일 오후부터 일요일 오전까지 세 쌍둥이 집에 머물며 아이들을 봐주는 식이다.
양가 할아버지·할머니는 육아 업무를 교대하는 목요일과 일요일마다 함께 모여 다음 육아 당번에게 필요한 주의 사항 등을 전달하는 ‘인수인계’ 시간을 갖는다. 집에 붙어 있는 화이트보드에 세 쌍둥이의 수유 시간과 수유량, 건강 관련 특이 사항을 적어둔 기록을 보며 육아 회의를 하는 것이다.
두 부부는 지금처럼 양가 어른들이 모두 투입돼 공동 육아를 하게 될 것이라고는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2024년 4월 결혼한 부부는 그해 12월 자연 임신으로 아이를 가졌다. 얼마 뒤 병원 진찰에서 뱃속에 세 쌍둥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자연 임신으로 세 쌍둥이를 임신하는 것은 1만분의 1의 매우 낮은 확률이라고 한다. 심씨는 “임신 안정기에 해당하는 12주차 이후에 임신 사실을 공개하려고 했는데 세 쌍둥이 임신 소식을 듣자마자 ‘이건 우리 둘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생각에 바로 부모님께 말씀드렸다”며 “양가 부모님이 축하 말씀과 함께 ‘같이 아이들을 돌봐줄테니 걱정말라’고 안심시켜주셨다”고 말했다.
양가 부모들은 출산 전부터 사실상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심씨가 ‘고위험 산모’ 진단을 받는 등 수차례 위기를 겪었기 때문이다. 두 명 이상을 동시에 임신하는 다(多)태아 임신은 상대적으로 산모의 신체 변화가 커서 임신 중 합병증 발생 위험이 높다. 심씨는 다른 산모보다 입덧을 자주 했고, 호르몬 변화 등으로 밤마다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는 증상을 겪었다. 남들보다 빠르고 크게 나오는 배로 인해 이미 임신 20주차때 만삭 단태아 임산부와 배 크기가 비슷해졌고, 이로 인해 침대에서 혼자 눕고 일어나는 것조차 하기 어려웠다. 임신 23주 차에는 자궁 경부가 열려 이를 닫는 응급 수술도 받았다.
친정 어머니 이경희씨는 임신 이후 집 근처에도 나가기 힘들 정도로 거동이 불편해진 딸 심씨를 대신해 세 쌍둥이를 키울 수 있는 넓은 아파트를 알아보고 부동산 계약까지 했다. 또 심씨가 수술로 입원할 당시 매일 영양식을 만들어 줬다. 시어머니 유영희씨는 세 쌍둥이 임신 소식을 듣고 난 직후 ‘첫 손주를 최선을 다해 키워주고 싶다’며 산후 관리사 자격증 학원에 등록했고, 한 번에 자격증을 땄다. 현재도 두 할머니는 자녀 부부의 육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새벽마다 세 쌍둥이에게 분유를 먹이는 일을 맡고 있다. 양가 할머니와 심씨는 카카오톡 단톡방에서 아이들 육아 정보를 주고받는다. 심씨는 “임신 기간에 조금만 배가 당겨도 ‘자궁 수축이 아닌가’ 불안해 매일이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는데 남편과 양가 부모님의 헌신이 있었기에 조기 진통이나 수축 없이 세 쌍둥이 만출 출산 기준으로 35주를 채우고 건강하게 출산했고 육아 부담도 덜 수 있었다”고 했다.
반년 가까이 손주 육아에 헌신하는 조부모들은 “몸은 힘들지만 보람이 더 크다”고 말했다. 체력적으로 세 아기를 돌보는 게 쉽지 않지만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모습은 삶의 활력이 되고 있다. 친할아버지 박정원씨는 “젊은 시절 아이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이 컸기 때문에 손주 육아에 온 정성을 쏟고 있다”며 “아들이 가장으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화목한 가정을 꾸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다”고 했다. 외할아버지 심재곤씨도 “매주 사돈과 육아 인수인계를 하면서 식사를 함께하다 보니 사이가 매우 가까워졌다”며 “손주들 덕분에 모처럼 집안에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 쌍둥이 엄마 심씨는 곧 출산 휴가가 끝나 조만간 회사에 복귀한다. 대신 아빠 박씨가 다음 달부터 ‘육아 휴직’을 사용해 육아 바통을 이어받기로 했다. 박씨는 “아이들을 낳고 키우는 과정에서 부모님들의 헌신이 가장 큰 도움이 됐다. 이 뿐 아니라 세 쌍둥이를 가진 걸 알고 아내의 몸상태가 좋지 않을때 ‘절대 무리하면 안된다’며 재택근무 전환 등 특별히 배려해주신 아내 회사 팀장님, 회사에 출근한 저를 대신해서 매일같이 집에 와 시간을 보내준 장모님과 아내의 친구, 동료들 등 주변의 관심과 도움이 컸다”며 “많은 도움과 사랑을 받고 키우고 있는 만큼 나중에 주변 사람들에게 따뜻한 온정을 베풀 수 있는 아이들로 키우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