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교권 침해’ 사실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교원 단체 사이에서 찬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한국교총은 “교권 침해가 범죄 수준에 이르러 학생부 기재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전교조·교사노조는 “소송으로 교사 고통만 늘어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교육부는 최근 대통령 업무 보고를 통해 중대한 교권 침해를 저지른 학생에 대한 조치 사항을 학생부에 기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학생이 교사에게 손찌검을 하는 등 ‘교권 침해’ 사건이 지난한해에만 3800건 발생할 정도로 심각하다는 판단에서다. 지금은 학생이 교권을 침해하면 ‘교권보호위원회’에서 심의해 학생에게 징계를 내리지만, 징계 사실이 학생부에 기록되진 않는다.
보수 성향인 한국교총은 23일 성명에서 “교사에 대한 학생의 폭행·상해·성폭력 등 범죄 수준 행위의 심각성은 교육자로서 인내와 관용의 수준을 넘어섰다”면서 교권 침해 사실을 학생부에 기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총은 “학교폭력 조치 사항은 1호부터 9호까지 모두 학생부에 기재되는데, 교사를 폭행해 퇴학을 당해도 퇴학 사유가 기록 안 되는 건 비정상”이라며 “교권 침해로 출석 정지, 학급 교체, 전학, 퇴학 등 중대한 조치를 받은 것은 기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교 폭력 가해 사실은 학생부에 기록되고 2026학년도 입시부터 모든 대학에서 의무적으로 반영하기 때문에 ‘합격 여부’를 결정할 정도로 중요하게 작동한다.
반면 전교조, 교사노조 등 진보 단체들은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전교조는 22일 성명을 내고 “교권 침해 행위를 학생부에 기재하면 행정심판과 소송으로 기록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학교가 법적 다툼이 일상화된 ‘사법 지대’로 변질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학폭 조치 사항을 학생부에 기재한 이후에도 학폭은 줄지 않았고 법적 분쟁만 늘어난 점을 지적하면서 “같은 정책 실패를 반복해선 안 된다”고 했다.
교육부는 교원 단체 사이 입장이 갈리자 ‘의견 수렴을 더 하겠다’며 한발 물러선 상황이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22일 기자간담회에서 “교사가 학생을 고발하는 상황이 선생님들을 훨씬 더 힘들게 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아서 아직은 교권 침해를 학생부에 기록하는 문제를 확정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다음 달 중순 ‘교권 보호 종합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금처럼 전교조 등이 계속 반대하면 학생부 기재 조치는 빠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