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학년도 정시 모집 원서 접수가 29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된다. 정시 모집은 대부분 수능 성적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지원자의 수능 점수를 대학별 활용 지표와 반영 비율에 따라 순위를 매겨서 뽑는 것이다.
이번 정시 모집에서는 전국적으로 6만9331명을 선발한다. 전년 대비 122명 줄었다. 수능 점수 위주로 선발하는 전형이 모집 인원의 92.2%(6만3902명)로 대부분이다. 나머지는 실기 위주(7.5%·4726명), 학생부 종합(0.3%·219명), 학생부 교과(0.5%·317명)로 학생을 모집한다.
올해 수능은 국어·영어 영역이 까다롭게 출제됐다. 통상 표준점수 최고점이 140점을 넘으면 어려운 시험으로 보는데, 올해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147점으로 지난해보다 8점 높았다. 영어의 경우 1등급이 절대 평가 도입 이래 가장 낮은 3.11%에 그쳤다. 이 때문에 수시 최저 학력 기준을 못 맞춰 많은 학생이 탈락해 정시로 넘어오는 이월 인원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하지만 갈수록 인구 감소로 학생 확보가 힘든 대학들이 수시 모집에서 최대한 학생을 확보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정시 이월 인원이 크게 늘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적지 않다. 전국 시·도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과 사설 입시업체들이 전하는 ‘2026학년도 정시 지원 전략’ 주요 내용을 요약해 전한다.
◇‘불수능’에 치열해진 정시
수능 성적표에는 표준점수·백분위·등급 등 3개가 표시된다. 국어·수학·탐구 영역은 3개 지표가 모두 제공되고, 절대평가인 영어와 한국사, 제2외국어·한문은 등급만 표시된다. 대학별로 어떤 성적을 활용하는지 각기 다르기 때문에 수험생에게 유리한 지표를 활용하는 대학에 지원해야 합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표준 점수를 그대로 활용하는 대학도 있지만, 표준 점수를 보정한 ‘변환 표준 점수’를 활용하는 곳도 있다.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을 추릴 땐 대학별 환산 점수도 계산해 봐야 한다. 수능 성적표에 적힌 표준 점수를 그대로 활용해 지원자 순위를 매기는 대학도 있지만, 많은 대학이 영역별 반영 비율, 가감점 등 자체 기준을 적용한 환산 점수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수험생은 대학별 환산 점수 산출을 통해 지원 가능한 대학이 맞는지 파악해야 한다. 표준 점수와 백분위가 같은 학생이라도 대학별 환산 점수에 따라 등수가 천차만별인 경우가 있다는 걸 확인해야 한다.
수능 영어가 유독 어려웠던 올해는 대학별 영어 성적 반영 방식을 봐야 한다. 대학들은 영어 성적을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반영한다. 영어 등급별로 점수를 부여해 일정 비율을 반영하는 대학이 많고, 총점에 가산점을 부여하거나 감점하는 대학도 있다. 일반적으로 가·감점을 부여하는 경우 등급 간 점수 차가 크지 않아 영어의 영향력이 작은 편이다.
대표적으로 서울대는 총점 600점에서 영어 등급별로 점수를 감점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1, 2등급 간 점수 차이는 0.5점으로 작다. 고려대도 총점 1000점인데 영어 2등급은 3점을 감점하기 때문에 다른 영역에서 한 문제만 더 맞혀도 충분히 이를 상쇄할 수 있다. 반면 연세대는 수능 영어를 12.5% 비율로 반영해 1, 2등급의 점수 차가 5점 넘게 벌어진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소장은 “같은 성적이라도 대학마다 영어 반영 방식에 따라 합격 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다”며 “수험생들은 면밀한 검토를 통해 대학별 유불리를 따져 지원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3개 원서 쓰기’ 모집군별 1회 제한
정시에선 가·나·다군별로 총 3개 원서를 쓸 수 있다. 대학들이 공개하는 과거 합격 점수를 파악한 뒤 본인의 점수대에서 갈 수 있는 대학·학과 리스트를 작성해두는 것이 좋다. 원서 3개를 ‘상향, 소신, 안정’별로 1개씩 정해야 한다. 수험생들이 선호하는 서울·수도권 주요 대학들은 주로 가군과 나군에 몰려 있다.
대표적으로 고려대와 연세대는 가군, 서울대는 나군이다. 다군을 노리는 수험생도 있지만 다군은 경쟁률과 합격선이 매년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점을 고려해 가군과 나군에서 합격할 수 있도록 전략을 세우는 편이 좋다.
2026학년도 정시 모집에서는 선발 군을 이동한 대학들이 있기 때문에 미리 확인할 필요가 있다. 건국대는 기존 ‘다군’에서 5명 선발하던 문과대학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인원을 올해는 ‘나군’에서 선발한다. 지난해 ‘가군’에서 선발하던 공대 전기전자공학부와 컴퓨터공학부 인원은 올해 ‘다군’에서 선발한다. 서울시립대는 지난해 신설한 첨단융합학부에 대해 올해부터 다군에서 모든 전공을 모집한다. 서경대는 다군에서 선발했던 미래융합학부1, 미래융합학부2, 자유전공학부를 올해는 미래융합학부1은 나군, 미래융합학부2는 다군, 자유전공학부는 가군에서 뽑는다.
◇신설 전공, 무전공 선발 확대
올해 정시 모집에서 새롭게 광역화 모집 단위 선발을 실시하는 대학들이 있다. 동국대는 광역화 선발 모집 단위로 ‘경영대학’을 신설했다. 올해부터 경영학과, 회계학과, 경영정보학과 등 3개 학과를 단과대학 단위로 묶어 다군에서 선발한다. 상명대는 올해 자유전공에 대해 전공 통합을 실시했다. 자유전공 인문사회계열과 경영경제계열이 인문계열, IT계열과 이공계열이 이공계열로 통합됐다.
전공 자율 선택제라고도 불리는 ‘무전공’은 대학에 입학한 뒤 2~3학년 진학 시 전공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올해 정시 모집에서도 수시 모집과 마찬가지로 무전공 입학이 늘어나는 추세다. 성신여대 ‘창의융합대학’은 전공 없이 입학해 2학년 진급 시 본인의 적성과 진로에 맞게 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 해당 대학에 대해 성신여대는 가군 자유전공(210명), 나군 첨단 분야 전공(51명)을 모집한다. 서울시립대는 자유전공학부를 인문·자연계열로 나눠 각각 45명을 모집한다. 지난해(각 16명)보다 크게 증가한 규모다.
◇학교 폭력 조치 사항 반영
주요 대학들은 올해 수시 모집과 마찬가지로 정시 모집에서도 학교생활기록부 학교폭력 조치 사항을 반영한다. 2023년 교육부가 발표한 학교폭력 근절 종합 대책에 따른 조치다. 각 대학은 학교폭력 조치 사항에 따라 총점을 감점하거나 불합격 처리한다. 8~9호 처분에 대해서는 입학을 허용하지 않는 대학이 대다수다. 건국대와 동국대는 학교폭력 조치 사항 기재 항목에 따른 감점표를 기반으로 총점 1000점에서 감점하는 방식으로 학폭 조치 사항을 반영한다. 한국외대도 학교폭력 조치 사항이 있는 수험생의 경우 각 호에 따라 총점에서 감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