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서울 강서구 서울 서진학교에서 올해의 스승상 선정된 장경진 교사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고운호 기자

발달장애인 특수학교인 서울서진학교의 장경진(52) 교사는 동료들 사이에서 ‘만능 박사’로 통한다. 장애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취업 교육을 하기 위해 교직 생활 동안 딴 국가·민간 자격증만 10개가 넘는다. 제과·제빵·떡제조기능사·목공·도자공예·‘꽃차 소믈리에’ 등 종류도 다양하다. 컴퓨터공학 석사 학위를 살려 학생들이 쉽게 직업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컴퓨터 프로그램까지 개발했다. 27년 동안 그의 지도를 받은 졸업생만 230여 명. 도서관 사서 보조, 장애인 체육 실업팀 선수, 피아니스트, 화가, 휠체어 정비사, 바리스타, 제빵사 등으로 활약하고 있다. 장애인은 제대로 된 직업을 갖기 어렵다는 사회적 편견을 깨고 많은 학생이 자립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장 교사는 장애 학생의 진로 교육에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5년 ‘올해의 스승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장 교사는 지난 16일 본지 인터뷰에서 “제가 교사로서 한 일은 장애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아이들의 가능성을 찾아주고 키워준 것뿐”이라며 “지금도 자신이 가진 장애 때문에 졸업 후 집에만 머무는 학생들이 많은데 이들이 꿈을 포기하지 말고 사회에서도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 교사는 30년 가까이 장애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지만 처음부터 특수 교사를 꿈꾼 것은 아니다. 원래 전공은 수학교육과였다. 사범대 재학 시절 일반 중학교에 교생 실습을 나간 경험이 그의 인생을 바꿔놨다. 비장애인 학생과 한 교실에서 공부하던 한 학생이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청소 등 모든 학급 업무에서 제외돼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본 이후 진로 변경을 결심한 것이다. 이후 대학에서 특수교육 전공을 공부해 1999년 3월 공립 특수학교인 춘천동원학교를 시작으로 2007년 서울정애학교 등을 거쳐 지난 2021년 지금의 서진학교에 부임했다.

장 교사는 장애인을 바라보는 주변 시선에 움츠러든 학생들이 본인 힘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작은 일부터 시작했다. 2010년 일반고인 서울여고에서 장애인 학생들을 가르칠 땐 이들과 학교 신문을 만들었다. 학교에 전학 온 학생 소개 글이나 인상 깊었던 수업 내용을 설명하는 기사를 장애 학생들에게 직접 쓰게 했다. 장애 학생이 만든 제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도 운영했다. 장 교사는 “장애 학생들이 제품 제작, 배송 등 모든 업무에 참여하게 했다”며 “단순한 작업이지만 학생들이 자기 손으로 뭔가를 만들어내는 경험을 통해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발달 장애 학생들에게 직업 기술을 가르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는 “간단한 제빵 조리 도구에 대해 설명할 때에도 상대적으로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비장애인에 비해 만들 수 있는 빵 종류도 적었다”며 “특히 장애인들에게 취업에 필요한 각종 자격 기술을 가르칠 전문 프로그램이 없어 직접 자격증을 따가며 가르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장 교사는 장애 학생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크게 다치기도 했다. 2012년 가을 서울여고 학생들을 인솔해 나간 백일장 대회에서 넘어지는 장애인 학생을 붙잡는 과정에서 오른팔 팔꿈치가 부러져 두 차례 수술을 받았다. 3년이 넘는 재활 과정을 거치며 회복했지만 지금도 오른팔 움직임이 다소 불편하다. 그는 “오랫동안 장애 학생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닫는 계기가 됐다”며 “생각보다 사고 후유증이 길게 남아서 힘들었지만 오히려 팔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의 어려움을 머리가 아닌 몸으로 좀 더 이해하는 시간이 됐다”고 했다.

장 교사는 “발달 장애 학생을 위한 더 많은 특수학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 교사가 근무하는 서진학교만 해도 장애 학생 학부모들이 학교 건립을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호소한 끝에 설립 추진 7년 만인 2020년 3월 문을 열었다. 장애 학생을 지도할 전문 특수 교사도 여전히 부족하다. 장 교사는 “집 근처에 특수 학교가 없어 매일 1시간 30분 이상 걸려 학교를 다니는 장애 학생이 많다”며 “중증 장애인 학생들이 가까운 거리의 특수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더 많은 관심과 배려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