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전북 남원시 사매면 용북중학교 학생들. 스위시 교육모델인 IB(국제 바칼로레아) 교육방식으로 인기가 높다. /김영근 기자

지난 3일 전북 남원시 용북중학교 도서관에서는 2학년 국어 수업이 한창이었다. 학생들은 교실 2개 크기 도서관 곳곳에 흩어져, 각자 관심 있는 대상이나 주제를 설명하는 발표 준비를 하고 있었다. 김선경 교사가 10분쯤 지나 학생들을 한곳에 모아 “먼저 발표할 사람?”이라고 하자, 박태현양이 손을 번쩍 들었다. 박양은 ‘경제학에서 선택과 기회비용’에 대해 4분 정도 막히지도 않고 발표했다.

용북중은 이처럼 학생이 스스로 말하거나, 글을 쓰고 토론하는 수업을 지난 3월 모든 교과에 도입했다. 학교가 올해부터 IB(국제 바칼로레아·International Baccalaureate) 교육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IB는 스위스의 교육 재단 ‘IB 본부’가 운영하는 국제 교육 프로그램으로, 단순 암기보다 사고력·글쓰기·탐구 능력을 중시해 토론·발표·작문으로 성적을 매긴다. 김 교사는 “처음엔 발표를 어려워했던 학생도 학기 말엔 구체적 해외 사례도 들며 자신의 생각을 말하곤 한다”고 했다.

용북중이 있는 남원시 사매면은 인구 1400명의 작은 마을이다. 학교에서 가장 가까운 편의점이 걸어서 30분 거리에 있다. 이 학교는 이농 현상으로 인한 인구 감소로 2000년대 초 신입생이 15명에 그쳐 폐교 위기에 놓였다. 이후 생존을 위해 남원 외 지역 학생도 모집할 수 있는 기숙학교로 전환했고, 2023년부턴 IB 교육을 준비했다. 기숙학교 이점을 살려 전국에서 학생을 끌어모으기 위해 ‘특색 교육’ 도입에 나선 것이다. 박여범 용북중 교감은 “갈수록 학생 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특색 있는 교육으로 차별화해야 한다는 생각에 IB 교육을 도입한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IB 교육을 도입하고 학교 인기는 높아졌다. 모집 정원보다 많은 학생이 지원해 가고 싶어도 쉽게 갈 수 없는 학교가 됐다. 2024년까진 신입생 48명을 선발하다 올해부터 정원을 72명으로 늘렸는데도 지원자 136명이 몰렸다. 올 3월 기준 전북 지역의 폐교는 346곳으로 주변에선 문 닫는 학교가 속속 생겨나는데, 용북중은 정반대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전국에서 학생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신입생 지원자 136명 중 38명이 전북 외 학생이다. 호남권은 물론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서도 원서를 낸다. 박 교감은 “‘IB 교육을 위해 전학을 보내고 싶은데 결원이 있느냐’는 문의가 하루 5~6건씩 온다”고 했다.

광주광역시에 사는 임동균씨는 아들을 내년 용북중에 입학시킨다. 임씨는 “아이가 주입식 교육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토론하는 교육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에 IB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고 했다. 대전 출신 1학년 학생의 학부모는 “고등학교에 갈 때가 되면 다시 현실적인 대입 고민을 해야겠지만, 중학교만이라도 학교에서 토론 중심 공부를 했으면 하는 마음에 용북중 진학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용북중이 인기를 끌다 보니, 주변 초등학교 학생도 덩달아 늘고 있다. 용북중 진학을 위해 미리 인근 덕과면 덕과초로 전학 오는 학생도 생겨, 덕과초 전교생은 작년 27명에서 올해 47명이 됐다.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은 “IB 과정을 도입한 제주, 대구 등의 학교에서도 지원자가 늘어나고, 인근 지역 인구도 덩달아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IB(국제 바칼로레아)

스위스의 비영리 교육 재단 ‘IB 본부’가 운영하는 국제 인증 교육 프로그램. 주입식, 암기식 교육에서 벗어난 논술·토론·발표 위주의 수업을 하는 게 특징이다. 1968년 시작돼 유럽·미국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