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11~12일 사상 최초로 각 부처와 산하 기관 업무 보고를 국민에게 생중계했다. 대통령이 장관들과 토론하며 ‘속내’까지 보여주는 파격이 신선했다. 전 정권 인사 망신주기 같은 논란이 일기는 했지만, 정부 투명성을 높인 행사라고 봤다. 그런데 교육부가 ‘등록금 동결 규제 완화’와 같은 폭발성 강한 이슈를 이 생중계 업무 보고에서 슬그머니 뺀 사실이 드러났다. 여론이 나빠질 이슈는 숨기고 장밋빛 미래만 언급한 것이다. 대국민 업무 보고는 ‘소통을 가장한 기만’이 되고 말았다.
교육부는 2027년부터 등록금 동결을 조건으로 대학에 주던 ‘국가장학금 2유형’을 폐지한다. 정부는 2009년부터 17년간 이 제도를 이용해 대학들이 등록금을 동결하도록 강제했다. 그래서 특히 사립대들의 재정 여건과 경쟁력이 빠르게 악화했다.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던 차에 정부가 등록금 인상의 길을 터주기로 한 것이다.
연말 교육계에서 이만큼 큰 뉴스는 없을 것 같다. 그런데 교육부는 이 내용을 12일 오후 4시 45분부터 생중계로 진행된 업무 보고에서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업무 보고 PPT 자료에도 이 내용은 꽁꽁 숨겼다. 취재진에게 배포한 보도자료, 12일 오후 7시 최교진 교육부 장관이 진행한 ‘2026 교육부 업무 계획’ 브리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오직 대통령실에 전달된 업무 보고 자료 원문에만 이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2유형 폐지 관련 내용은 대통령 업무 보고 내용을 간추리다 빠진 것으로, 숨기려는 의도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 말을 믿어야 하나? 누구나 굵직한 뉴스로 생각하는데 교육부만 사소하다고 판단했다면 그 업무 역량이 의심스럽다.
국가 장학금은 가구 소득에 따라 학생에게 직접 주는 1유형과 대학을 통해 간접 지원하는 2유형으로 나뉜다. 2유형은 주로 1유형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이 받는다. 매년 약 30만명이 2유형 장학금을 타갔다. 이를 없애고 대학 등록금 인상 길을 터줬다는 사실이 공론화되면 학생·학부모 불만이 상당할 테고 내년 6월 지방선거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다. 그래서 대통령실에만 귀띔하고 국민에겐 숨긴 것 아닌가?
교육부는 지난 9월 대학 이공계 연구소에 총 3800억원을 지원하는 ‘국가연구소 사업’에 고려대 등 네 곳을 선정한 사실도 꼭꼭 감췄다. 역대 최대 규모의 연구소 지원 사업으로 각 대학이 공모에 사활을 걸고 참여했다. 그런데 지방대들이 모두 탈락하자 지역 여론 악화를 우려해 쉬쉬하며 넘어가려 한 것이다.
선거 때 얻을 표 계산을 하며 유리한 내용만 알리고 불리한 내용은 숨기는 건 국민 기만이다. ‘투명한 국정 운영’을 강조한 이재명 정부가 각 부처의 공표 내용을 선별하진 않았을 것으로 믿고 싶다. 대통령은 국정 철학을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교육부를 따끔하게 단속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