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를 못하는데도 갈 수 있나요?” “지원하려면 SAT(미국 수능)가 어느 정도여야 되죠?”
지난 3일(현지 시각)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의 루스벨트 고교 도서관에서 열린 동아대 입학 설명회. 소식을 듣고 찾아온 현지 고교생 약 100명으로 빈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동아대 관계자가 학생들의 질문에 “한국어를 모르면 영어로만 수업하는 유학생 전용 ‘융합경영학과’로 지원하면 된다”, “이렇게 입학하면 SAT 점수를 낼 필요도 없다”고 답변하자,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들렸다. 루스벨트고 진로 담당 교사인 베키씨는 “미 본토 대학들이 여기서 입학 설명회를 열 때도 참석자가 10명 미만인 경우가 많다”며 “한국에 있는 대학 입학 설명회에 우리 학생들이 이렇게 많이 참석할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곳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UC(캘리포니아대) 입학 설명회 때도 참석자가 30~40명 정도인데, 동아대 설명회에 더 많이 온 셈이다.
우리나라 대학이 미국 하와이까지 직접 찾아가 현지 고교생들을 대상으로 입학 설명회를 연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그동안 공략해온 중국과 동남아를 넘어선 것이다. 이달 초 동아대는 이곳 뿐 아니라 하와이 내 고교 4곳에서 설명회를 가졌는데, 모두 합쳐 200명 넘는 현지 학생이 참석했다.
이를 놓고 “최근 미국에서 불고 있는 ‘K컬처’ 바람 영향이 크다”는 지적이다. K컬처가 일상적인 콘텐츠로 자리 잡으면서 ‘한국을 직접 경험해 보고 싶다’는 분위기가 생겼다는 것이다. 여기에 하와이가 가진 특성도 ‘한몫’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하와이는 인구 140만명 중 3분의 1 이상이 아시아계인 만큼 아시아권 국가로 유학을 가는 데 대한 거부감이 적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해외로 나가는 것을 꺼리는 본토 학생들과 달리 하와이 학생들은 “섬 밖으로 나가 보고 싶다”는 욕구가 강하다고 한다.
이뿐 아니라 하와이에서 미 본토 대학으로 진학 시 학비·기숙사·생활비까지 연 5만~6만달러(약 7365만~8835만원) 이상이 필요한 반면, 한국 대학은 대략 연 2000만원 정도(동아대 기준)에서 가능하다는 점 역시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 대학 입장에선 하와이가 미국 유학생들을 유치할 수 있는 ‘틈새 시장’인 셈이다. 동아대가 이번에 유치한 하와이 학생들은 이르면 내년 9월부터 입학할 예정인데, 동아대는 이들을 위해 한국어를 실시간으로 통역해 자막으로 띄워주는 ‘AI 통역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동아대뿐 아니라 다른 지방 소재 대학들도 해외 유학생 유치에 전력을 쏟고 있다. 국내 학령인구 감소로 신입생 유치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데다, 대학 등록금까지 10년 이상 동결되면서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는 것이다. 지난달에는 전남대·광주대 등 광주 지역 6개 대학이 중국 칭다오에서 공동 유학 박람회를 열기도 했다.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려고 힘을 합친 셈이다.
여기에는 교육부가 2023년 유학생만으로 학과를 운영할 수 있는 ‘유학생 전용 학과’ 개설을 허용해 준 게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유학생만으로 구성된 학과는 2024학년도 107개에서 2026학년도 335개로, 2년 만에 3배 이상으로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