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영어 난도 조절 실패의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수능 오류가 아니라 난도가 어렵게 출제됐다고 평가원장이 사퇴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오 원장은 10일 “영어 영역 출제가 절대평가 취지에 부합하지 못해 수험생과 학부모께 심려를 끼쳐 드리고, 입시 혼란을 야기한 점에 책임을 느낀다”며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이번 수능 영어 영역 1등급(원점수 90점 이상) 비율은 3.11%(1만5154명)에 그쳤다. 영어가 절대평가로 전환된 2018학년도 이후 최저치였다. 상대평가일 때도 1등급 비율은 4%였는데, 이보다도 더 낮아 절대평가 전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거세게 제기됐다. 지난 6월 모의평가 영어 1등급 비율(19.1%)에 비하면 16%포인트나 줄어 교육계에선 ‘널뛰기 난도’라는 지적도 나왔다.
‘불(火)영어’로 수험생이 수시 최저 등급을 맞추지 못하는 등 혼란이 커지자 교육부는 수능 출제 과정을 조사하겠다고 지난 8일 밝혔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9일 국회에서 “(수능 영어) 난도 조절 실패 원인에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출제진과 검토진 사이에 이견이 없었는지를 들여다보고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2023년 8월 취임한 오 원장은 임기(3년)를 다 채우지 못하고 2년 4개월 만에 물러나게 됐다. 오 원장 전까지 역대 평가원장 11명 중 8명이 임기를 다 못 채웠는데, 대부분 ‘복수 정답’ ‘출제 오류’ 때문에 중도 사임했다. 직전인 이규민 전 원장은 6월 모의평가 난도 논란으로 2023년 사임했다.
일각에선 수능 난이도 논란이 매년 반복되는 만큼, 입시 체제 전반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대입 제도 개선을 주장했다. 정 교육감은 현재 고1은 일부 선택 과목의 내신 평가를 절대 평가로 전환하고, 이들이 치르는 2028학년도 대입에선 현재 30~40%인 수도권 대학 정시 모집 권고 비율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현재 초등학교 5학년 대상 고교 내신과 수능 모두 절대 평가로 전환하는 안을 제안했다. 2040학년도엔 수능은 폐지하고 대학이 고등학교 성적과 활동 등을 바탕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자율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10년 단위 국가 교육 정책 방향을 수립하는 대통령 직속 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는 2028~2037년 적용될 ‘국가 교육 발전 계획’의 시안을 내년 발표할 계획이다. 지난 3일엔 대입 제도 개선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하는 ‘대학입학제도 특별위원회’를 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