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보올림피아드에서 한국 대표단 4명이 전원 금메달을 받았다. 왼쪽부터 김성열 단장, 변재우·이유찬·정민찬·우민규 학생, 박희진 부단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올해 민간 기업 최초로 국제과학올림피아드를 지원했던 한화생명과 삼성전자가 내년에도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는 한 번만 지원하려 했지만, 지난 8월 국제정보올림피아드 한국 대표단 4명이 전원 금메달을 획득해 ‘세계 1위’를 기록하는 등 효과가 나타나자 앞으로 계속 지원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교육계에선 “정부가 외면해 무너져가던 올림피아드 교육이 기업 덕분에 되살아나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국제 과학 올림피아드는 과학에 재능 있는 20세 미만 청소년을 발굴·육성하는 ‘두뇌 올림픽’으로, 과목별 국제 위원회가 매년 개최한다. 국가별로 시험을 통해 국가대표(과목별 4~6명)를 선발한다. 한국은 1988년 수학 올림피아드 참가를 시작으로 현재는 수학·물리·화학·정보·생물 등 9개 과목에 참여하고 있다.

올해 9개 과목의 정부 지원 예산은 약 19억원으로, 과목당 2억원 정도다. 1994년 수학·물리·화학·정보 등 4과목에 참여할 때 20억원이었는데, 30여 년 전보다 더 줄어든 것이다.

예산 부족으로 올림피아드 교육은 부실해졌다. 예컨대, 한국 정보 올림피아드위원회는 2020년부터 대표단과 후보 교육생에 대한 오프라인 교육을 중단하고, 온라인 강의로 대체했다. 합숙에 필요한 숙박비와 식비, 강의를 진행하고 돕는 교수와 대학생 섭외비를 감당할 여력이 안 됐기 때문이다. 한 이공계 교수는 “중국이나 일본은 세계적 석학까지 불러다 학생을 교육할 정도로 올림피아드에 적극적인데 한국은 교수들에게 ‘봉사하라’는 식으로 교육을 맡기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 경기 용인시 대웅경영개발원에서 열린 ‘2025 국제정보올림피아드 여름학교’에 참여한 학생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 총 50여 명이 선발돼 열흘간 학습 교육을 받는데, 한화생명이 교육 비용을 전액 지원했다. /국제정보올림피아드위원회

덩달아 2014년 교육부가 대학 진학에 올림피아드 수상 실적을 못 쓰게 하면서 올림피아드 인기는 뚝 떨어졌다. 2009년 9과목 지원자가 2만5149명에 달했는데 2023년엔 7074명에 불과했다. 이런 영향으로 한때 금메달을 휩쓸며 ‘올림피아드 강국’으로 불렸던 한국은 성적이 계속 하락하는 추세다. 2011~2013년 금메달을 휩쓸며 3년 연속 1위를 기록했던 화학 과목은 2024년 20위까지 떨어졌다.

국제 정보 올림피아드 순위 역시 2022년 4위, 2023년 5위, 2024년 7위로 하락했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던 한화생명이 작년 말 정보 올림피아드 위원회를 찾아 1억원을 쾌척했다. 덕분에 지난 여름방학 기간 정보 올림피아드 교육생 50~60명이 10일간, 대표단 4명은 한 달간 ‘합숙 교육’을 받았다.

당시 교육을 총괄한 김성열 건국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합숙 교육을 하니 ‘트리 알고리즘’ 같은 고난도 코딩 방식에 대한 학생들 질문이 쏟아지더라”면서 “그간 온라인의 한계 때문에 학생들이 이해를 못 했는데 넘어갔다는 걸 알고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합숙 교육을 지원해온 카이스트 전산학부 이종서(24)씨는 “학생들이 강의가 끝난 후에도 밤늦게까지 토론하느라 불이 꺼지는 날이 없었다”며 “함께 어려운 부분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실력이 크게 오른 것이 이번 세계 1위 달성에 역할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삼성전자도 수학 올림피아드 등에 1억원을 지원했다. 수학 올림피아드 역시 예산이 부족해 교육 규모를 줄여왔는데, 올해 강의를 확대하는 등 기업 지원 덕을 톡톡히 봤다고 한다. 수학 올림피아드에서 한국은 2017년 1위를 기록했지만, 이후에는 2~4위에 머물렀다. 2023·2024년 연속 중국과 미국의 벽을 넘지 못하고 3위를 기록했다. 올해도 3위를 했지만 작년보다 금메달을 2개 더 추가해 총 4개를 획득했다.

과학 교육계에서는 올림피아드 교육이 과학 인재 양성의 핵심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대표단에 선발되기 위해 과학에 재능이 있는 수천 명의 학생이 스스로 심화 학습하고 서로 경쟁하며 비약적으로 실력이 향상된다는 것이다. 한국공학교육학회 부회장을 지낸 배영찬 한양대 명예교수는 “과학에 대한 순수한 열정으로 올림피아드에 도전하는 학생들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제대로 교육하는 것이 가장 가성비 높은 과학 인재 교육”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