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대학 연구소에 950억원씩을 지원해 인재 양성과 연구 개발의 요람으로 육성하는 ‘국가연구소 사업(NRL 2.0)’에 고려대·연세대·포스텍·이화여대 등 네 곳이 선정됐다.

30일 교육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교육부는 최근 국가연구소 사업에 고려대 등 4개 대학을 선정하고 올해부터 10년간 950억원씩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사업은 지난 정부가 작년 말 과학기술 5대 개혁 방향을 발표하며 내놓은 것으로, 대학 내 학과 간 벽을 허문 대형 융복합 연구를 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 부설 연구소를 육성하는 사업이다. 매년 100억원 이내로 10년간 지원하는 사업으로, 대학 연구소 관련 정부 사업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이처럼 정부 지원을 받은 대학 연구소가 혁신적인 연구를 이끌고 있다. 예컨대, 일본은 각 대학에 세계 최우수 연구자를 모아 육성하는 센터 17개를 설치하고 센터마다 10년간 매년 최대 14억엔(약 131억원)을 지원하는 ‘WPI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학과를 중심으로 대학이 운영되고 재정 지원도 쪼개져 있어 이처럼 연구자를 집중 육성하는 연구소는 찾기 어렵다.

이번에 선정된 고려대는 송현규 생명과학부 교수가 이끄는 ‘융합 분해생물학 국가연구소’를 통해 분해 생물학을 기반으로 질병 관련 단백질을 선택적으로 분해·제거하는 단백질 분해 신약 개발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연세대는 송재환 생명시스템대학장이 이끄는 ‘바이오 센테니얼 융합 연구소’가 선정됐다. 바이오 기업에 기술 이전을 해 수익을 창출하는 등 지속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텍은 융합 바이오 분야 석학인 루크 리 하버드 의대 석좌교수를 IT융합공학과 석학교수로 영입해 리 교수가 이끄는 ‘글로벌 헬스케어 의공학 연구소’를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이 연구소는 반도체와 바이오 기술을 융합한 ‘바이오메디컬 집적회로(BICs)’를 통해 정밀 의료 및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도전장을 내놨다. 이화여대는 문회리 화학나노과학과 교수가 문제 해결형 융합 연구소를 표방하며 운영하는 ‘멀티스케일 물질 및 시스템 연구소’가 선정됐다.

이번 사업에서 경북대·부산대 등 지역 거점 국립대는 예비 평가는 통과했지만 최종 선발에서 탈락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업까지 도입한 이재명 정부가 되레 비수도권 대학을 소외했다는 비판이 있었다고 한다. 교육계에선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 결과에 대해 정부가 공식 발표를 안 한 것도 이런 여론을 고려한 게 아니겠냐는 해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