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임용 자격을 갖추지 못한 인사를 청렴시민감사관으로 선발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가장 깨끗해야 할 감사관 자리가 자기 진영 인사를 챙기는 자리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황철규 서울시의원(국민의힘)이 서울시교육청에서 받은 ‘청렴시민감사관 채용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교육청은 작년 6월 공익제보센터 청렴시민감사관(상근)에 박모씨를 채용했다. 청렴시민감사관은 학교의 비리 관련 제보가 들어오면 현장에 나가 조사한다. 지방공무원 임용령과 서울시교육청 인사규칙 등에 따라 ‘서울시교육청에서 2년 이상 근속’했거나 ‘다른 국가기관, 지자체 또는 공공기관에서 2년 이상 감사 관련 업무를 담당한 사람’을 뽑게 돼 있다. 하지만 본지 취재 결과, 박씨는 두 자격 모두 갖추지 않았는데도 ‘15대1’의 경쟁률을 뚫고 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박씨가 지난 6월 그만둘 때까지 1년간 받은 연봉은 최소 5700만원이다.

서울교육청 측은 박씨가 2019년부터 4년여간 비상근직 청렴시민감사관으로 활동한 이력을 ‘공공기관에서 2년 이상 감사 업무를 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한다. 하지만 서울교육청은 그동안 비상근 이력자에 대해선 근무 일자와 시간을 제출받아 경력 기간을 산정해 왔다. 그런데 박씨는 이런 내용을 제출하지 않았는데도 채용됐다. 박씨가 비상근 청렴시민감사관으로 일하며 4년여간 받은 수당(총 907만원)으로 근무일을 계산해도 최대 120일에 그쳐 ‘2년 이상 감사 업무’ 자격을 갖췄다고 보기엔 크게 모자란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당시 채용에 관여한 직원들이 박씨의 비상근 활동 이력을 확대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잘못된 채용이 맞다”고 말했다.

박씨는 진보 성향 학부모 단체인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회장을 지낸 인물이다. 조희연 전 서울교육감이 2014년 첫 선거를 치르기 직전 가진 출판기념회 때 축사를 했고, 당선 후 교육감직 인수위원회 자문위원으로 위촉됐다. 황철규 시의원은 “자격이 안 되는 박씨를 굳이 채용한 건 교육감의 ‘코드 인사’ 말고는 설명되지 않는다”며 “무엇보다 청렴해야 할 자리에 부정 채용은 교육청의 도덕성을 무너뜨리는 심각한 문제이기에 임용 전 과정에 대한 감사와 재발 방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청렴시민감사관 제도는 시민을 감사에 참여시켜 공직 사회 청렴도를 높인다는 취지로 2010년 도입됐지만, 진보 진영 코드 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2015년 임용된 오성숙 전 참교육학부모회 회장은 서울교육감 선거에서 조희연 당시 후보를 지지하고 진보 진영 후보 단일화 위원회에도 참여한 인물이라 ‘보은 인사’ 비판이 나왔다. 2019년엔 교육 전문성이 없는 박용덕 전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출신이 청렴시민감사관 겸 공익제보센터장에 임용됐다. 2023년엔 조 전 교육감과 참여연대에서 함께 활동한 박근용 전 참여연대 사무처장이 감사관에 채용됐고, 지금은 공익제보센터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