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이 ‘인공지능(AI) 학습 플랫폼’ 홍보 영상에서 교사를 AI에 비해 한참 부족하고 AI 의존적인 존재로 묘사해 논란이 되고 있다. 교사 단체들은 “교사에 대한 모욕”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는 가운데 교육계에선 “학교에 AI가 깊숙이 침투한 시대에 교사의 새로운 역할 정립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가 된 영상은 경기교육청이 14일 소셜미디어에 올린 2분 8초 분량의 ‘하이러닝’ 홍보 영상이다. ‘하이러닝’은 학생 답안을 AI가 채점하는 시스템으로, 경기교육청이 이번 학기 초3~6, 중1, 고1 대상 국어·사회·과학 과목에 시범 도입했다. 영상에는 교사와 ‘하이러닝 AI’라고 적힌 머리띠를 한 인물이 나와 국어 시험에 대한 이의 신청을 받는 장면이 그려졌다. 교사는 학생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데 AI로 분장한 인물은 척척 설명했다. 학생이 “왜 틀렸느냐”고 묻자 교사는 AI를 바라봤고, AI가 답변하자 교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교사가 학생에게 “조금 더 노력하면 좋은 결과 있을 거야”라고 하자 AI는 “빈말입니다. 동공이 흔들리고 음성에 진심이 담겨 있지 않았습니다”라고 했다. 교사는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교사가 “궁금한 거 있는 사람은 점심 먹고 찾아와. 선생님 바로 회의 있으니까”라고 하자, 이번엔 AI가 “거짓말입니다. 화장실을 이용하는 시간”이라고 했다. 학생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전교조 경기지부는 16일 성명서에서 “교사의 전문성을 조롱하는 모욕적 연출”이라고 반발했다. 경기교사노조도 “교사가 학생에게 무시당하는 상황을 연출하고 교사를 거짓말하는 존재로 희화화했다”고 했다. 논란이 커지자 경기교육청 측은 영상을 삭제하고 사과했다.
교육계에선 “AI 시대, 우려하던 사태가 터졌다”는 반응이 나왔다. 현재 지식 전달 위주의 학교 수업은 AI에 대체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퍼져 있었는데, 경기교육청이 그런 논란에 불을 지폈다는 것이다. 김희규 신라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사는 학습 조력자일 뿐 아니라 학생과 관계 맺으며 인성을 키워주는 존재라는 점이 우리 사회에서 간과되고 있는데, 교육청 영상이 그런 현실을 보여줬다”면서 “AI 도입이 가속되면 이런 의견이 거세질 수 있는 만큼 교사의 전문성과 역할에 대해 교육계가 앞장서 고민하고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