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 현장 체험(소풍)에서 예기치 못한 안전사고가 터졌을 때 교사에게 어디까지 책임을 물어야 할까? 3년 전 강원 속초시에서 현장 체험 학습 도중 숨진 학생의 담임교사가 최근 2심에서 감형됐지만, 여전히 ‘유죄’라고 본 재판 결과에 교원 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춘천지법 형사1부는 지난 14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받는 교사 A씨에게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금고 6개월의 선고유예를 내렸다. 선고유예란 피고인에 대한 선고를 미루고 2년 뒤 면소(공소권이 없어져 기소를 면함) 기회를 주는 판결이다. 현행법상 교육공무원이 금고 이상 형을 받으면 당연퇴직 대상이 되는데, A씨는 면소 기회를 받아 퇴직을 면하게 된 것이다.

A씨는 앞서 2022년 11월 속초의 한 테마파크에서 현장 체험 학습 도중 후진하던 버스에 치여 숨진 6학년생의 담임이었다. A씨는 “버스 기사에게 과실이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지만 검찰은 “A씨가 담임교사로서 주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며 기소했다. 올 2월 1심에서 A씨는 당연퇴직에 해당하는 형을 선고받았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올해 현장 체험 학습을 취소하는 전국 학교가 잇따랐다. “교사가 학생 수십 명을 어떻게 다 예의 주시하겠느냐” “직을 거느니 소풍을 안 가는 게 낫다”는 교사들의 의견이 거셌기 때문이다.

비록 A씨는 2심에서 퇴직을 면하게 됐지만, 교원 단체들은 “이번 판결 역시 결국 A씨를 유죄로 본 것”이라며 항의하고 있다. 한국교총은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교사가 당연퇴직에서 벗어난 건 다행”이라면서도 “예기치 못한 사고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 데 대해 깊은 안타까움과 유감을 표한다. 불안감을 교육 현장에 더욱 확산시킬 것”이라고 했다. 중등교사노조는 “모든 안전 책임을 교사가 져야 한다는 건 교사의 안전뿐 아니라 학생의 학습권에도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했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교사의 헌신이 형사처벌로 돌아오는 모순적 상황을 반복시킬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