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목4동에 사는 초등학교 3학년 딸을 둔 직장인 서진희(41)씨는 최근 학부모 7명과 ‘하교 품앗이’를 결성했다. 순서를 정해 오후 2~3시에 하교하는 아이들을 모아서 데려온다. 대부분 맞벌이 부모로, 한 달에 두세 번씩 오후 반차를 쓴다. 지난달 까맣게 선팅한 승합차가 1주일 넘게 동네를 배회하면서 경찰이 출동한 일이 있었는데, 이후 자녀들이 유괴될까 불안을 느낀 학부모들이 직접 나선 것이다.

최근 초등 저학년 대상 납치·유괴 미수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자녀 등·하굣길에 대한 부모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유괴·유괴 미수는 총 319건으로, 하루 1.3건꼴로 발생했다. 유괴·유괴 미수는 2021년 324건에서 2022년 374건, 2023년 469건, 지난해 414건으로 증가 추세다. 추석 연휴였던 지난달 5일에도 서울 동대문구 한 전통시장에서 60대 남성이 두 살배기 여아를 안고 달아나려다 부모와 시민의 제지로 붙잡히기도 했다.

경찰청이 아동·여성 안전을 위해 개발한 스마트폰 앱 ‘안전Dream’

늘어나는 납치 우려에 학부모들이 직접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치과 의사 김선민(45)씨는 지난 8월 학교 개학을 앞두고 ‘합기도 5단’ 경력의 30대 남성을 초2 아들의 ‘하교 도우미’로 고용했다. 지난 1학기까지는 50대 조선족 여성에게 맡겼는데, 최근 대낮에도 어린이 납치 범죄가 일어나면서 ‘유단자’로 바꾼 것이다. 김씨는 “새 도우미에겐 기존 도우미 시급(4만원)의 두 배는 줘야 하지만, 마음이 훨씬 놓인다”면서 “주변에 경호원 출신 도우미를 고용한 경우도 있다”고 했다.

학부모 불안이 커지자 경찰도 초등학교 주변에 대한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벌어진 사건들이 학교 정문 앞에서 거리가 떨어진 인적 드문 장소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는 만큼, 이 같은 조치만으론 안심할 수 없다는 의견이 많다. 이에 자녀에게 호신용품이나 관련 앱을 갖추게 하는 학부모도 늘고 있다. 학부모 사이에선 경찰청이 아동·여성 안전을 위해 개발한 스마트폰 앱 ‘안전Dream’의 인기가 높다고 한다. 지자체가 아이들이 대피할 수 있게 ‘어린이안전지킴이집’으로 지정한 동네 약국, 편의점의 위치를 알려주고 실종 아동 찾기를 위한 자녀 지문 등록도 가능하다. 이 앱은 최근 이용자가 늘면서 다운로드 횟수가 100만회를 넘었다.

교육계에선 근본적인 학교 안팎 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교육계 관계자는 “학교에만 학생 보호를 맡기기보다 경찰, 구청, 행정안전부 등 여러 기관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학교 주변에 촘촘한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