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과학단지는 대만의 인공지능(AI) 연구와 반도체 산업을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1980년대 초 정부가 ‘대만형 실리콘밸리’를 표방하며 조성한 이 단지는 연구와 생산이 한곳에서 동시에 이뤄지도록 설계됐다. 반도체·전자 기업, 국립칭화대·양밍자오퉁대, 반도체 기술 육성과 산업화를 이끌어 온 국책 연구 기관인 공업기술연구원(ITRI)이 모두 신주과학단지 내에 있다. 거대한 ‘반도체 공급망’이 한 도시에서 실현되는 전 세계 유일무이한 장소로 꼽힌다.
우선, 단지에선 반도체 설계에서 생산까지 모든 공정이 이뤄진다. TSMC, 미디어텍 등 반도체 설계 회사, ASE 등 후공정 기업, 기타 부품·소재·장비 회사들이 차로 한 시간 거리 안에 붙어 있기 때문이다. 칭화대와 양밍자오퉁대는 기업에 인재를 공급하고, 기업과 연구·개발 과제를 함께 한다. ITRI는 신기술을 시험하고 가능성이 보이면 창업을 돕는다. 특히 최근 수요가 폭증하는 ‘AI 반도체’ 생산을 TSMC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어, 대만의 AI 연구도 신주과학단지를 중심으로 가속화되는 상황이다.
현재 단지에는 900여 기업이 입주해 있고, 17만명 이상이 일하고 있다. 지난해 입주 기업의 총매출은 47조원에 달한다.
신주과학단지의 성과에는 ‘원스톱 행정 모델’이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 유치부터 토지 배분, 건축 허가, 환경 평가까지 모든 절차를 ‘국가과학단지관리국’이라는 전담 기관이 일괄 처리한다. 기업이 여러 부처를 오갈 필요 없이, 관리국이 부처들과 협의해 한 번에 승인하는 시스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