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적재적소에 지원하고, 대학이 기술 발전에 맞춰 교육 과정을 혁신했으며, 기업은 성장했다. 이를 통해 대만의 ‘인재 유출’ 문제는 많이 해소됐다.”
최근 고려대에서 영국 대학 평가 기관 QS 주최로 열린 ‘아시아·태평양 고등교육 서밋’에 참가하기 위해 방한한 존 카오 대만 국립칭화대 총장은 5일 본지 인터뷰에서 “대만 대학도 과거 우수 연구자들이 처우 부족으로 싱가포르나 미국으로 빠져나가는 문제가 심각했다”며 “하지만 이후 정부, 기업이 발 벗고 나서고 대학도 혁신을 멈추지 않은 덕분에 이젠 거꾸로 글로벌 테크 기업들이 대만에 들어와 연구 센터를 짓고 대만 학생들을 대거 채용하고 있다”고 했다.
칭화대는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 TSMC를 비롯해 미디어텍, UMC 등 대만 반도체 기업에 생산·연구 인력을 공급하고 있다. 카오 총장은 “졸업생 취업률은 99%에 육박하고, 학교 자체 여론조사에서도 학생 10명 중 7명이 해외에 나가기보다 대만 기업, 대학에서 일하겠다고 응답할 정도로 국내 활동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카오 총장과 일문일답.
-대만은 ‘인재 유출’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고 있나.
“첨단 연구 인프라, 협력할 기업은 갖췄고, 이젠 교수 연봉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작년 칭화대 동문과 기업의 기부, 정부 보조를 모아 11억대만달러(약 500억원) 규모의 ‘우수 인재 개발 기금’을 조성했다. 이 기금으로 교수 수백 명에게 성과급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1인당 많게는 연 500만대만달러(약 2억3000만원)까지 더 받을 수 있다.”
-한국 대학 교수들은 성과가 좋아도 높은 보상을 받기 어렵다.
“대만 대학도 호봉제를 운영하기 때문에 교수 연봉을 갑자기 확 높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성과급을 못 받은 교수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전공별로 객관적인 평가 지표를 마련하는 데 가장 신경을 많이 썼다.”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기업은 어떤 역할을 했나.
“2022년 칭화대를 포함, 5개 주요 대학에 반도체 대학원을 설립했는데 이 과정에서 TSMC가 40억대만달러(약 1870억원)를 기부했다. 칭화대의 경우 TSMC에서 핵심 기술을 개발한 고위 임원이 학장을 맡고 있다. 여기서 배운 학생들이 대만 기업에서 활약하고, 나중에 다시 대학에 돌아와 후배를 양성해 기술 기반을 탄탄하게 만드는 ‘선순환’ 체제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인재를 붙잡기 위한 다른 노력은.
“교수나 연구자에겐 고액 연봉 못지않게 각종 여건도 중요하다. 칭화대는 최근 젊은 해외 교수를 영입하기 위해 캠퍼스 안에 어린이집을 개설했다. 인재를 잡기 위해선 일단 뭐든 시도해야 한다.”
-기업 취직이 잘되다 보니 박사 과정에 진학하는 대만 학생이 줄었다는데.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다. 박사급 인력을 키워야 고급 기술이 나오고 기업도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5~10년 뒤 기업이 인재를 채용하는 데 위기가 닥칠 수 있어 대책 마련에 신경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