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대가 영국의 글로벌 대학 평가 기관 QS(Quacquarelli Symonds)가 실시한 ‘2025 아시아 대학 평가‘에서 중국·싱가포르 대학들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홍콩 지역 대학이 1위를 한 건 2013년(홍콩과기대) 이후 12년 만이다. 한국 대학들은 전반적으로 순위가 하락하며 2021년 이후 처음 ‘톱 10′에 한 곳도 오르지 못했다.
QS가 4일 발표한 아시아 대학 평가 결과에 따르면, 홍콩은 총 5곳이 상위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홍콩과기대(6위), 홍콩시립대·홍콩중문대(공동 7위), 홍콩이공대(10위) 등이다. 홍콩 대학들은 학계 평판, 국제 연구 협력, 해외 교수·학생 비율 등 지표에서 최고 점수를 받았다. QS는 올해 25국 대학 1529곳의 순위를 매겼다.
한동안 싱가포르, 중국 대학에 밀렸던 홍콩 대학이 다시 아시아 1위에 오른 건 정부의 전폭적 지원과 규제 완화 덕분으로 분석된다. 홍콩 정부는 2023년 해외 석학급 연구자를 데려오기 위한 ‘톱 탤런트 패스(TTPS)’ 등 인재 유치 정책을 적극 도입했다. TTPS는 MIT(매사추세츠공과대) 등 세계 100대 대학 출신에게 7년 거주 후 영구 신분증 신청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다. 시행 2년 만에 학생·연구자·교수 10만여 명이 홍콩으로 옮겼다고 홍콩특별행정구 정부는 최근 밝혔다. 여기에 최근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하버드대 외국인 학생 등록 차단 조치 이후 해외 유학생 유치에 적극 나선 결과 300여 명을 데려왔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1997년 홍콩이 중국 정부에 반환된 직후 현지 교수들이 대거 해외 대학으로 빠져나가 연구 공백이 컸는데, 최근 정부의 집중 지원과 영어 사용이 가능한 국제화 도시라는 강점을 앞세워 A급 인재들을 쓸어 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베이징대가 작년 1위에서 2위로 떨어졌지만, 푸단대(5위), 칭화대(9위) 등 3곳이 상위 10위에 오르며 여전히 강세를 보였다. 싱가포르는 난양공대와 싱가포르국립대 두 곳이 공동 3위로 톱 10에 들었다. 대만은 올해 국립대만대(23위)가 작년보다 3계단 순위가 오르며 5계단 떨어진 일본 도쿄대(26위)를 제쳤다. 이어 국립칭화대(37위)와 국립양밍자오퉁대(41위)도 전년보다 순위가 올랐다.
한국은 지난해 9위로 유일하게 ‘톱 10′에 들었던 연세대가 11위로 떨어지는 등 상당수 대학의 순위가 하락했다. 순위가 매겨진 전체 103곳 중 53곳이 작년보다 순위가 떨어졌다.
특히 한국 대학들은 연구력 지표에서 부진했다. 교수들이 얼마나 활발하게 연구하는지 평가하는 ‘논문당 피인용 수’ 지표에서 상위 100위 안에 든 대학은 울산과학기술원(UNIST·21위), 세종대(23위), 포스텍(80위), 고려대(98위),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100위) 등 5곳뿐이었다. 서울대는 해당 지표에서 지난해(148위)보다 89계단 하락한 237위를 기록했다. 중국이 ‘논문당 피인용 수’ 지표에서 100위 안에 48곳이나 이름을 올린 것과 대조적이다. 이는 17년간의 등록금 동결 정책, 정부의 지원 부족 등으로 우수 연구자들이 기업이나 해외 대학으로 대거 이직하며 나타난 결과로 분석된다. 홍성욱 서울대 교수(과학학과)는 “많은 대학이 기존 교수들의 해외 이직을 막기 위한 카운터오퍼(역제안)도 하기 힘들 정도로 재정 상황이 어렵다”며 “장기간 이어진 대학 등록금 동결 문제 등을 개선하지 않고는 홍콩, 중국 대학처럼 우수 인재 확보는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벤 소터(Sowter) QS 수석 부사장은 “한국은 주변 해외 대학들에 따라잡히고 있는 상황”이라며 “학령인구 감소 등에 대비해 해외 교수, 유학생을 적극 유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