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교사가 수업 시간에 윤석열 전 대통령 등 특정 정치인을 비하해 학생이 신고했지만 구두 경고만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부모들은 정부·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교사의 정치 참여 허용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정치 편향 교사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7일 경기 성남시 A고 한 학생이 수업 시간에 윤 전 대통령을 비하하고, 윤 전 대통령 지지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을 극우 성향 온라인 카페 회원이나 특정 종교 단체 신도라고 주장한 교사를 교육청에 신고했다. 성남교육지원청 조사 결과, 해당 교사는 평소 수업 시간에 특정 정치인·정당을 모욕하는 발언을 하거나 수업과 무관하게 정치에 대한 개인 의견을 반복적으로 말했다고 한다. 해당 교사는 소셜미디어에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일(10월 26일)을 ‘탕탕절’ ‘럭키데이’라고 비하하는 이미지 등도 다수 올렸다. 하지만 A고는 해당 교사에 구두 주의를 주고 정치 관련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삭제하도록 하는 데 그쳤다.
A고처럼 교사의 정치적 행위에 대한 민원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국민의힘 서지영 의원실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올 9월까지 전국 시도교육청 17곳에 접수된 ‘교사의 정치적 행위’ 관련 민원은 111건에 달했다. 교사가 초등학교 5학년생에게 계엄령에 대해 알려주고 윤 전 대통령을 비판한 사례, 20대 대통령 선거 때 학생에게 올바른 후보를 투표해 달라고 메시지를 보낸 사례, 근현대사 수업에서 정치 편향 발언, 전현직 대통령 미화·비판 발언 등이 포함됐다. 특히 교사의 정치적 행위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실이 작년 9월부터 올 3월까지 전국 교육청에 접수된 ‘교사의 정치적 발언’ 민원을 살펴보니, 총 60건 중 57건이 작년 12월 윤 전 대통령의 계엄·탄핵 시기에 접수됐다.
문제는 교사가 정치 편향 행위를 해도 경징계에 그치거나 유야무야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최근 세종시 한 중학교의 도덕 교사가 ‘달려가자 미래로’라는 북한 노래 가사를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받아쓰게 한 사건이 언론에 보도됐지만, 세종시교육청은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일각에선 “동영상이나 녹취 증거가 없는 한 학교와 좌파 교육감들이 덮어버리면 그냥 넘어가는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학부모 입장에선 자기 자녀가 정치 편향 수업을 받는지 파악하기도 힘들다.
현재 여당은 정당 가입 허용 등 교사들의 정치 활동을 보장하는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킨다는 입장이다. 법이 통과되면 허용되는 정치 활동 범위를 놓고 큰 혼란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교사 노조들은 개인의 소셜미디어 활동을 포함해 ‘교실 밖 행동’은 모두 풀어달라는 입장이지만, 학부모 단체들은 “교사 소셜미디어는 학생이 다 볼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다른 공무원들과 형평성 논란도 커질 전망이다. 경기 안양동안경찰서는 지난 7월 윤 전 대통령 지지 집회 관련 게시물에 ‘멸공’이라는 댓글을 여러 차례 단 경찰에게 중징계인 ‘정직’ 처분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