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대전 서구 둔산여고 점심시간에 교장, 교감 등 교직원이 학생들에게 직접 조리한 음식을 나눠주고 있다. 이날부터 이 학교 조리원들이 파업을 하며 교직원들이 대신 급식을 만들었다./신현종 기자

대전 둔산여고 급식 사태가 7개월째 계속되면서 지역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엔 조리원들이 추석 연휴 직전 복귀했다가 다시 파업에 들어가면서 “연휴 일당 받으려고 꼼수를 쓴 것이냐”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대전 내 다른 학교로 파업이 번지는 분위기도 생겨나고 있다.

19일 대전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3월 ‘국그릇 사용 금지’ 등을 주장하면서 파업했던 둔산여고 조리원들은 지난달 30일 재파업에 들어갔다. 1일까지 이틀간 교직원들이 급식을 만들었다. 그러자 조리원들은 2일 복귀해 하루 근무했다. 그리고 3일 개천절부터 추석 연휴, 학교 재량 휴업일(10일)을 포함해 12일까지 휴무였다. 이들은 월요일인 13일 출근했는데, 이날 ‘내일(14일)부터 다시 무기한 파업을 한다’고 학교에 통보했다. 추석 연휴 앞뒤로 하루씩 근무하고 재파업에 들어간 것이다. 현재 교장 등 교직원들이 급식을 만들고 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대전 지역 학부모 인터넷 카페에는 비판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급여 때문에 연휴 전 복귀했다가 바로 재파업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돈 때문이었나’ ‘(조리원들을)이해해 주고 싶었는데 이젠 그럴 수 없겠다’ 등 비판 댓글도 많이 달렸다. 둔산여고 학부형이라고 밝힌 한 인사는 “학교에 전화해서 ‘조리원들 요구를 더 이상 들어주지 말라’고 부탁했다”고 썼다.

실제로 대전시교육청에 따르면 급식 조리원들은 연휴 전후 하루씩 근무했기 때문에 연휴 기간 급여를 받게 된다. 교육청 규정상 급식 조리원 등 교육공무직은 파업을 하면 파업 참가일만큼 일당이 월급에서 제외된다. 그런데 대전교육청은 “조리원들이 연휴 앞뒤로 근무를 했기 때문에 연휴 기간을 ‘미파업 기간’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명절 연휴나 공휴일, 재량 휴업일 등은 일을 안 해도 급여가 보장되는 ‘유급 휴일’이기 때문에, 급식 조리원에게 급여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연휴 기간 급여는 1인당 수십만 원 정도라고 한다. 급식 조리원들은 파업 여부와 별개로 재직 중이면 지급되는 명절 휴가비 92만5000원도 받았다.

둔산여고 조리원들이 속한 민노총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대전지부는 연휴 전 복귀한 데 대해 “추석 전이라도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급식을 제공하고자 자발적으로 파업을 철회한 것”이라고 한 언론에 밝혔다. 그리고 14일 재파업에 들어갈 땐 “협상에 진전이 없었다”고 밝혔다.

대전 지역에선 “수능이 한 달도 안 남았는데, 학생들이 불쌍하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대전교육청에는 “둔산여고 학생들이 너무 불쌍하다” “다른 학교 학부모인데 돈을 안 받고 둔산여고 학생들에게 밥을 해주고 싶다”는 문의 전화까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노동조합법상 외부 대체 인력을 투입하는 건 파업 방해 행위가 될 수 있어 이런 제안을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다.

둔산여고에서 급식 사태가 길어지는 건 학교와 조리원 측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기 때문이다. 조리원들이 지난 1학기 요구한 ‘국 그릇 사용 금지’ 등은 대체로 학교 측이 받아들였고, 현재 문제가 되는 건 ‘저녁 식사 제공’이다. 둔산여고 학교운영위원회는 지난 4월 “저녁 중단”을 결정했고, 조리원들은 “저녁 운영을 재개해 달라”며 맞서고 있다. 석식 운영을 안 하면 추가 수당을 못 받기 때문에 임금이 크게 줄어든다는 주장이다. 학교 측은 “점심 급식의 질도 높지 않은데, 석식을 운영할 필요가 없다는 게 학부모들 입장”이라고 말했다.

파업은 다른 학교로 확산되고 있다. 둔산여고 파업에 연대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석 연휴 이후 급식이 정상 제공되지 않은 대전 지역 학교는 5곳이다. 대전 동구 동명초는 14~17일 빵, 주먹밥 등 대체식을 제공했다. 중구 선화초도 17일 샌드위치를 제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