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인공지능)가 교육자를 대체하지 않지만, AI를 활용하지 않는 교육자는 대체될 것이다. 대학 교육 방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시앙언 후 홍콩 폴리텍대 교육연구센터장)
14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은 세계대학총장협회(IAUP)가 ‘AI 시대 혁신과 협력 방안’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전 세계 대학 총장·학장 등 150여 명이 모인 이날 행사에선 AI 확산 이후 대학 리더십과 고등교육 시스템에 대한 다양한 구상이 발표됐다. IAUP는 고등교육 최고 책임자들로 구성된 비영리 국제기구로, 21국 600여 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참석자들은 AI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는 대학 교육에 대한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 대학으로 꼽히는 미네르바대의 설립자 벤 넬슨 대표는 “대부분 대학의 커리큘럼이 특정 지식을 얼마나 아는지 묻는 과정 위주로 짜여 있다”며 “단순 반복 지식만 평가하는 대학 교육 시스템은 AI 시대 들어 큰 한계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허밍 용 중국 절강웨슈대 총장도 “AI로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지식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만큼 지식 전수 역할만 해오던 대학의 교육·연구 모델을 어떻게 업그레이드할지 근본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AI 시대 인간이 갖춰야 할 능력과 이를 위한 교육 방식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리처드 통 국제전기전자학회(IEEE) AI표준위원회 의장은 “미래 대학은 학생들의 ‘AI 문해력’을 높이는 교육에 집중해야 한다”며 “이제 농부들이 트랙터·콤바인 등 기계를 조작하고, 위성 날씨 이미지를 읽을 줄 알아야 작물을 잘 키울 수 있는 것처럼 대학생들도 AI 에이전트(비서)를 효율적으로 조종하는 방법을 알아야 하는 시대”라고 했다.
아눕 스와룹 아시아태평양대학협의회 사무총장은 “앞으로 사람은 AI가 내놓은 방안을 최종 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만큼, 단편적 지식 암기보다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뛰어난 의사 결정 책임자로 길러내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시앙언 후 홍콩 폴리텍대 교육연구센터장은 “AI를 한 분야가 아닌 2~3분야에 동시에 접목하는 시대로 발전하고 있다”며 “과거엔 학생들에게 (한 분야만 잘하는) 과학자처럼 생각하라고 가르쳤다면, 이젠 AI 에이전트들을 조율하는 능력을 갖춘 ‘지휘자’처럼 사고하도록 교육하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달라질 교육자의 역할에 대한 전망도 나왔다. 폰차이 몽콘와닛 태국 시암대 총장은 “AI 발전으로 여러 전공 분야의 융합이 가속화되면서 한 분야만 전공한 기존 교육자뿐 아니라 전문성을 갖춘 고위 정부 행정가, 성공한 기업가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아민 벤사이드 모로코 알아카와인대 총장은 “다른 세대보다 Z세대가 AI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그들의 정신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대학 차원의 연구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서울사이버대 이은주 총장(IAUP 부회장)은 “AI 기술 발전과 함께 대학 무용론이 나오지만, 첨단 인재 육성 측면에서 대학의 역할은 더 중요해질 것”이라며 “전 세계 고등교육 기관의 혁신 방안에 대한 논의가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