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지난달 22일 우종수(오른쪽) 전 포스코교육재단 이사장이 유홍림 서울대 총장에게 기부 감사패를 받고 있다.

“지금의 학교 교육, 평가 시스템으론 한국의 미래는 없습니다. 교육 혁신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기부를 결심했습니다.”

우종수(70) 전 포스코교육재단 이사장이 서울대 사범대에 10억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9일 서울대에 따르면, 우 전 이사장은 지난달 19일 5억원을 서울대에 전달했고, 앞으로 5년간 매년 1억원씩 기부할 예정이다. 서울대 금속공학과 졸업 후 미국 MIT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우 전 이사장은 포스코기술연구원장, 포항산업과학연구원장,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이사장을 지냈다. 그는 기부를 하며 “국제 바칼로레아(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교육에 관한 연구에 써달라”고 밝혔다.

IB는 스위스의 비영리 교육 재단 ‘IB 본부’가 운영하는 국제 인증 교육 프로그램이다. 토론·발표 수업을 하고 학생 생각을 묻는 논술형 시험으로 성적을 매긴다. 주로 국제학교에서 운영했지만, 2010년 이후 미국, 캐나다 등에선 공립학교에서도 늘고 있다. 하버드대, MIT 등은 신입생 선발 때 IB 성적을 인정한다. 한국도 2011년 경기외고를 시작으로 도입 학교가 늘고 있다. 현재 스위스 본부로부터 인증받은 초·중·고교는 58곳이다.

우 전 이사장이 IB에 관심을 갖게 된 건 2016년 포스코교육재단 이사장을 맡으면서다. 포스코교육재단은 포항제철고 등 고교 4곳을 운영하고 있다. 학교를 둘러보니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밝히기보다 객관식 답 찾기에 몰두해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학교가 교육 혁신을 하려 해도 결국 상대평가인 수능과 내신이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여 혁신이 안 됐다”고 말했다.

대안을 고민하던 우 전 이사장은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 등 국내 IB 전문가들을 만났다. 그러면서 토론, 논술 중심인 IB를 알게 됐고, 이를 학교에 도입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그는 “한국의 주입식 교육, 줄 세우기 평가가 이어진다면 이 나라 미래는 없다”며 “전국 초중고에 IB 교육이 확산하고 대학들은 수능이 아닌 IB 성적으로 인재를 선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IB 확산을 위해선 IB를 가르칠 수 있는 교사를 배출해야 하기 때문에 교원 양성 기관인 서울대 사범대에 기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대 사범대는 앞으로 ‘서울대 IB교육연구센터(가칭)’를 설립하고 국내에서의 IB 확대 방안 등을 연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