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가 최근 2년간 2400억원이 넘는 기부금을 약정받아 화제다. 같은 기간 서울 주요 타 사립대의 기부금 약정액보다 1000억~2200억원 많은 액수다. 올해 9월까지의 기부금 약정액을 더하면 3000억원이 넘는다.

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고려대는 현 김동원 총장이 취임한 2023년 3월부터 지난달까지 2년 7개월간 약 3030억원의 기부금을 약정받았다. 고려대의 연간 기부금 약정액은 400억~500억원 수준이었는데 2023년엔 1540억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도 873억원, 올해도 지난달까지 617억원을 약정받았다.

서울 주요 사립대들 중 기부금 약정액을 공개하고 있는 연세대와 서강대는 재작년과 작년 총 2년간 각각 1411억원, 168억원을 약정받았다. 같은 기간 고려대는 2413억원이었다. 약정액은 기부자가 기부를 약속한 금액이다. 기부금을 몇 년에 나눠 기부할 수 있기 때문에 기부금 약정액과 실제 기부액은 다소 차이가 있다.

기부금 납입액도 고려대가 제일 많았다.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기부금 현황’(교비회계 기준)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주요 대학 중 기부금 납입액 1위는 855억원의 고려대였다. 2위는 연세대(668억원), 3위는 서울대(653억원)였다.

고려대의 기부금 약정액이 최근 크게 늘어난 데에는 인재 양성, 특히 이공계 부활 필요성에 공감하는 기부자가 많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기부금은 기부자가 지정한 용처에만 쓸 수 있는데, 약정액 3030억원의 약 42%가 ‘연구 우수 기금교수 임용’과 ‘자연계 건물 신축 공사’ 사업에 기부됐다.

기부자들과 맞춤형 소통을 늘린 것도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김 총장은 해외 출장 등이 아니면 하루에 최소 한 번은 기부자들과 만나는 자리를 가졌다. 또 기부자의 관심 사안을 사전에 파악해, 이와 관련된 학교 사업을 설명하는 전략을 세웠다. 예컨대 고려대 출신 스타트업 대표를 만날 때는 학생들이 창업에 얼마나 적극적인지 설명하고, 이런 학생들을 위한 창업 공간 마련부터 생활비 지원, 선배 창업가와의 만남 등을 알려주며 기부를 제안하는 식이다.

고려대의 기부금은 국내에서는 최대 규모이지만, 해외에는 명함도 못 내미는 수준이다. 미국 하버드대의 2024년(회계연도 기준) 보유 기부금은 532억달러(약 75조원)에 달한다. 이런 기부금 덕분에 미국 사립대의 등록금 의존율은 30% 안팎이지만, 국내 사립대는 수입 절반 이상을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다. 기부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2.6%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대학의 기부 문화를 활성화하려면 다양한 세제 혜택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