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지방 거점 국립대 9곳에 입학한 학생은 누구나 AI(인공지능) 기초 교육을 받게 된다. 대기업에 곧장 취업할 수 있는 계약학과도 늘어난다. 해외 우수 대학에서 일정 기간 수업을 들으면서 해당 대학의 학위도 받을 수도 있게 된다.

교육부는 30일 이런 내용을 담은 ‘국가 균형 성장을 위한 지방 대학 육성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이재명 정부의 대표 교육 공약인 ‘서울대 10개 만들기’ 기본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교육부는 거점 국립대 9곳의 교육·연구 인프라를 서울대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 2030년까지 4조원을 투입한다. 현재 거점 국립대 학생 1인당 평균 교육비(2520만원)는 서울대(6300만원)의 40% 수준인데, 이를 단계적으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학부생을 위해선 취업 경쟁력을 높이는 ‘3가지 정책 패키지’를 마련했다. 우선, 모든 학생이 ‘AI 기본 역량’을 갖출 수 있게 교육한다. 또, 최대한 많은 학생이 해외 연수 경험을 가질 수 있도록 현지 대학과 학점 교류 및 공동·복수 학위제를 운영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대기업과 지역 주요 기업에 취업이 보장되는 ‘계약학과’도 크게 늘린다. 현재 반도체 등 첨단 분야 계약학과 대부분이 서울 주요 대학에 몰려 있는데, 이를 거점 국립대로 확대한다는 뜻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거점 국립대를 졸업해도 좋은 기업에 취업할 수 있다면 학생들이 굳이 서울 지역 대학에 가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거점 국립대의 연구 역량도 키운다. 거점 국립대마다 특성화 분야를 육성해 서울대 못지않은 연구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지역에 산재해 있는 정부 출연 연구소, 과학기술원, 기업 연구소 등을 통합해 각 지역의 R&D(연구개발) 중심으로 육성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경상국립대의 우주·항공 분야 연구 경쟁력을 서울대 수준으로 높이는 식이다.

지방 대학의 가장 큰 문제는 교수 유치가 어렵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거점 국립대들이 우수 교수를 유치할 수 있도록 인건비, 채용 절차, 정년 등에 대한 규제를 대폭 풀어주기로 했다. 예컨대, 기업에 있는 전문가들이 대학교수를 겸직하는 사례가 많이 나올 수 있게 각종 제도를 정비한다는 것이다.

교육부의 이런 계획이 실현되려면 기업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일부 거점 국립대는 지역 산업 기반이 약해 연구나 교육에서 협력할 기업이 많지 않다. 또 학생들이 졸업 후 지역에 남아야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정책 취지가 살아나는데, 일할 곳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다. 결국 지역에 우수 기업을 유치하거나 현지 기업을 키우는 정책이 필수적인데, 그런 방안은 빠져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기업 확보 방안은 산업부 등 관계 부처와 함께 논의해 12월에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서울대 10개 만들기’ 계획을 ‘5극 3특 국가 균형 성장 추진 전략’과 연계해 추진할 예정이다. ‘5극 3특 전략’은 전국을 수도권, 동남권(부산·울산·경남), 대경권(대구·경북), 중부권(대전·충청), 호남권(광주·전남) 등 5개 권역과 제주, 강원, 전북 등 3개 특별자치도로 나눠 권역별로 성장 거점을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이 전략에서 거점 국립대들은 지역에 필요한 핵심 인재를 양성하는 역할을 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