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제로 뽑힌 교육감들이 본인의 정치적 이득에 따라 교육 예산을 배분하는 등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는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학수 KDI(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6일 ‘교육감 선거 제도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주제의 국회 토론회에서 이런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김 위원은 직선제 교육감들의 ‘정치적 중립성 위반 문제’를 지적했다. 김 위원은 “교육감들의 선거 득표율과 교육감이 임기 동안 지출한 목적 사업비 규모를 분석한 결과, 정치적 목적에 따라 집행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목적 사업비’는 학교 시설 보수 등에 사용하는 예산으로, 교육감이 자율적으로 배정할 수 있다. 연구 결과, 교육감의 득표율이 1%포인트 오를 때마다 해당 지역에 집행한 목적 사업비 규모는 학생 1인당 연평균 4만~5만원씩 올라갔다.

또한 선거 직후엔 교육감의 득표율이 높았던 시군구의 학교에 예산을 더 많이 배분했고, 다음 선거 직전엔 득표율이 낮았던 지역 학교에 예산을 더 많이 쓴 경향도 확인됐다. 학생들의 교육에 써야 할 예산을 본인의 정치 일정에 따라 배분한 것이라고 김 위원은 지적했다. 김 위원은 “선거를 겨냥해 목적사업비를 쓰는 경향은 보수·진보 성향 교육감을 가리지 않고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은 “직선제 도입 이후 학생들의 학업과 비(非)학업적 분야에서 교육 성과를 올린 게 없다”고 밝혔다. 학생들의 학력뿐 아니라 스트레스 수준, 음주·흡연 문제 등에서도 나아진 점이 없다는 것이다.

김 위원은 직선제의 대안으로 ‘개방형 공모제’를 제안했다. 그는 “그동안 국회·정치권에서 임명제, 시도지사 러닝메이트제 등을 논의했지만, 이 역시 정치 중립성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면서 “차라리 시도의회에서 선출위원회를 구성해 지역 교육 전문가 가운데 교육감을 정하는 ‘개방형 공모제’를 도입하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최호택 배재대 교수(행정학과)는 “직선제 방식으로 교육감을 뽑는 곳은 해외에 거의 없다”면서 “시도지사가 주민추천위원회 동의를 거쳐 임명하는 방식 등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효율적인 교육 재정 구조 역시 도마에 올랐다. 현재 시도교육청 예산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를 자동으로 배정한다. 연구에 따르면, 학생 인구가 줄어드는데 이런 예산 배정 방식을 유지하면 초등학생 1인당 교육비는 2022년 910만원에서 2040년 1100만원으로 급증한다. 김 위원은 이 시스템이 지속되면 인구 고령화로 중앙정부의 재정 여건은 갈수록 악화되는데, 시도교육청의 예산은 과도하게 커진다고 우려했다.

김 위원은 “교육감 선출 제도의 개선도 필요하지만, 이에 앞서 초중고 교육 재정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하지 않으면 국가 재정이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